“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국에 머물겠다” 선언한 이란의 유명 여배우는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행동에 나섰다.
히잡을 벗고 “여성, 삶, 자유(Jin. Jiyan. Azadi)”가 적힌 펫말을 들고 찍힌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것. 782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거대 인플루언서는 배우로서의 일도 포기할 각오로 ‘히잡 반대시위’에 합류했다. 이란 내 ‘히잡 반대시위’는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 중 하나인 타라네 알리두스티는 자신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머리를 드러낸 채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알리두스티의 의지는 결연했다. 자신은 꼭 이란에 남아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일이든 불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알리두스티는 “나는 이란에 남을 것이고, 일을 그만 둘 것이다. 죄수들과 살해된 사람들의 가족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옹호자가 될 것”이라며 “내 집을 위해, 내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들이 함께 ‘오늘’을 건설해가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며 히잡 반대시위의 연결 선상에 있는 반정부시위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격려했다.
알리두스티는 10대 때부터 이란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사에드 루스테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도 출연했다.
레일라의 형제들도 사회에 잔재한 가부장제의 모습을 비춘 영화다. 부모와 네 형제를 돌보는 마흔 살 레일라가 주인공이다. 레일라는 열심히 형제들을 돌보지만, 각각의 형제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며 그나마도 있던 가산을 탕진한다.
이란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가부장제의 권위와 체면, 인간 욕망의 허무한 귀결, 확고한 자본주의 질서와 이란의 경제제재 양상까지 객관적으로 드러낸 영화다.
이렇듯 이란의 체제에 반하는 영화 등에 출연해 온 알리두스티는 히잡 반대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 이전부터 국가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영화계 인사 중 수상 경력이 있는 모하마드 라술로프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올해 초 체포된 후 구금 상태다.
한편 이란 반정부 시위는 이미 8주차에 접어들었다. 히잡 반대시위가 이제는 전국적으로 퍼져 사회 계층과 대학, 거리, 학교 등으로 퍼져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어린 학생들이 시위 중에 사망하고, 이는 다시금 어른들의 분노를 촉발해 체제에 대한 반감을 확산하는 순환의 고리를 형성해서다.
한편 이란인권단체(IHR) 집계에 따르면 계속된 시위로 14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시위로 최소 23명의 어린이가 숨졌다고 밝혔고 IHR은 2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또 학계와 언론인, 유명 연예인을 포함한 시위자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대량 체포되는 사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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