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면회담을 갖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정상회담에 걸린 사안들은 비중이 크지만 성과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고 미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10년 이상 서로를 알고 지낸 사이며 미중 양국은 체제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동안 관계가 강화돼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던 2011년 중국을 방문해 당시 주석 내정자이던 시진핑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양국 모두에게 압도적으로 상호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호텔에서 중국 및 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시주석이 “솔직하다”면서 양국 관계의 “30년 앞날을 크게 낙관한다”며 “친구와 동등한 관계를 맺어야 서로 솔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4일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그다지 훈훈하지 않을 전망이다. 10년 전의 낙관론이 상호 의심과 적대로 대치됐기 때문이다.
시주석은 마오쩌뚱 이래 가장 강력한 지도자 위상을 굳혔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선전해 상원 과반수 유지가 확정된 상태다.
양자 회담에 걸린 과제는 매우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기후위기 등 양국 지도자들이 협력할 사안들이 많다.
그러나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는 낮다. 양국은 대만,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기술 이전과 세계질서 형성 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의견이 상충한다.
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바탕을 구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양국 대립이 공개적인 충돌로 악화하는 걸 막겠다는 뜻이다. 당국자는 회담 목적 자체가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오해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도 예정돼 있지 않다.
쉬인홍 중국 런민대 교수는 회담에서 양국관계가 의미 있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스콧 케네디 국제전략연구소 중국 담당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려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서로 이긴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대가를 감수할 생각이다. 서로 상대가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주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다만 두 정상이 대면회담을 갖는 일 자체는 긍정적이다. 대화를 유지함으로써 오해와 오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시진핑 이외에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금지선이 무엇인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실제로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가장 강력한 금지선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네 번에 걸쳐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실무자들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수습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막고 나설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불장난”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이미 가시 돋힌 말을 주고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큰 양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설리번 보좌관은 대만이 미국 지지를 “확고하게 믿을 수 있도록” 회담 결과를 대만에 브리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자오 리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즉각 반발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중국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문제, 기후 위기 대처 방안도 주요 논의 사안이다.
런민대 쉬 교수는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 문제도 지난해 3월부터 중국은 이미 북한 비핵화를 한반도 정책의 근본 요소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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