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의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를 비롯해 크립토닷컴 등 글로벌 거래소들이 줄줄이 “유동성 위기가 없음을 증명하겠다”고 나서는 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크립토닷컴에 수상한 송금 내역이 알려져 고객 인출 사태가 빚어지는 등 시장 전반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크립토닷컴은 자체계좌에서 4억 달러(54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32만 개의 이더리움을 비슷한 규모의 거래소 게이트아이오로 송금했다가 서로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며 고객 돈으로 ‘돌려 막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FTX 재무 건전성 의혹을 제기했던 바이낸스의 창펑자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이를 지적하며 “지갑(계좌) 내 예치금을 증명하기 전에 높은 금액이 오고갔다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닷컴 CEO는 즉각 출금이 쉽지 않은 오프라인 지갑인 새로운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옮겨질 예정이었던 이더리움이 “다른 계좌로 잘못 송금이 됐다”며 다시 송금된 이더리움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들의 우려가 증폭되며 크립토닷컴의 발행 코인인 크로노스는 전일 대비 26% 이상 급락 중이다.
크립토닷컴은 세계 15위 수준의 거래소로 지난해부터 개인 투자자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단행해 왔다. 농구팀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의 홈구장을 후원해 ‘LA 스테이플 센터’를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이름을 바꾸고, 슈퍼볼 광고에 나서며 지명도를 쌓아왔다.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제 2의 잡스로 불렸던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 제 2의 머스크로 불린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과 더불어 젊은 창업자에서 사기혐의로 몰락한 경영자 행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2008년 이후 시작된 유동성 파티, 기술 혁신 낙관주의 분위기 속에 순식간에 유명 인사의 투자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홈즈의 경우 루퍼스 머독, 헨리 키신저 등 글로벌 인사들과 교류로도 유명했다. 뱅크먼프리드은 워싱턴포스트(WP) 집계 이번 미국 중간선거 최대 기부자 탑 5위에 들 정도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열혈 기부자였다.
블룸버그는 특히 팬데믹이 가상화폐 시장에 눈먼 돈이 쏟아지는 계기가 됐다며 “FTX 사태는 팬데믹 파티 후 숙취가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과거에도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던 시기에 비리를 감추던 스타 기업의 사기 혐의가 노출돼 충격을 준 사례가 적지 않다. 2001년 엔론 분식회계 사태 역시 닷컴 버블 끝물에 더 이상 회계 장부 부풀리기로 부실을 감추기 어려워지며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66조 원 폰지 사기범 버니 메도프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잔치가 끝난 뒤에야 폰지 사기 혐의가 탄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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