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으로 참전했던 102세 할머니는 76년 만에 비로소 보듬어보지도 못했던 아기의 무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영국 BBC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영국인 마저리 릭비(102)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보조공군으로 참전했다. 마저리는 종전 이후 전역을 앞둔 1946년 9월, 진통을 느끼고는 부대 병원으로 향했다.
진통과 출산 이후, 의사는 “아기는 죽었다. 병원으로 데려가겠다”라고 말했다. 의사는 마저리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리듯 사산을 통보했다.
이후 마저리는 부대로 복귀했고, 2주 후 전역했다. 당시의 그 누구도 마저리에게 그녀의 아기가 어떻게 됐는지, 어떤 식으로 아기의 죽음을 극복해 나가야 할지 말해주지 않았다. 릭비는 당시의 관행이 그냥 그런 식이었다고 회고했다.
마저리가 ‘로라’라고 이름 붙인 아기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큰 마음의 짐이었다. 마저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나는 크리스마스에 새로운 다이어리를 마련한다. 내가 항상 처음으로 적는 날은 9월 3일이다. 세상을 떠난 내 딸 로라의 생일이다. 지난 70년 동안 죽 그래왔다”라고 밝혔다.
전쟁이 끝난 지 77년이 지난 올해 초, 마저리의 딸 안젤라는 한 매체에서 61년 만에 사산한 아들의 무덤을 발견한 여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들도 ‘언니’의 무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젤라는 수소문 끝에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선단체와 연락할 수 있었다.
자선단체는 마저리의 사연을 듣고 본격적으로 ‘로라’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 스톡포트에 있는 공동묘지에 로라가 다섯 명의 다른 아기들과 함께 묻혀있다는 사실을 마저리에게 전해주었다. 마저리와 그녀의 두 딸은 작은 꽃다발을 준비해 로라의 무덤을 방문했다. 마저리가 오랫동안 짊어져야만 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70년이 넘는 세월 끝에 마침내 잃어버린 딸의 무덤을 찾게 된 마저리는 “지난 세월 동안 내 품을 떠난 로라가 어떻게 됐을지 일부러 상상하지 않으려 했다. 로라가 묻힌 곳을 알게 되자 인생에서 가장 큰 안도감이 들었다”라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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