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병기업(PMC) 와그너 그룹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했다가 우크라이나로 전향한 남성이 잔혹하게 처형된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와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공개 채널 그레이 존(Grey Zone)‘에는 자신을 예브게니 아나톨리비치 누진(55)이라고 밝힌 남성의 끔찍한 처형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전투복 차림을 한 누진은 해당 동영상에서 옆으로 누워 머리가 테이프로 고정된 채 자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살인죄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지난 9월4일 와그너 그룹 용병으로 합류했다고 소개했다.
누진은 같은 달 우크라이나 군과의 전투 도중 생포돼 포로가 됐으며, 러시아 군 지도부에 대한 공개 비판과 함께 러시아군과 전투를 원한다는 점을 밝히는 조건으로 풀려났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10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납치돼 장소를 알 수 없는 지하실로 옮겨졌다고 덧붙였다.
누진이 “나는 이 지하실에서 깨어났고, 그곳에서 나는 내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말하는 순간 전투복을 입은 다른 남성이 대형 망치로 누진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했다.
해당 동영상과 관련해 와그너 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망치로 살해된 사람에 관한 영상은 우크라이나에서 행복을 찾은 게 아니라 공정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그러면서 “누진은 국민과 동지를 배신한 반역자다”라면서 “해당 동영상의 제목은 ’개는 개 수준에 맞은 죽임을 당해도 싸다‘는 것”이라고 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에 소극적인 러시아 국민들을 겨냥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총을 버리고 적에게 넘어가는 것만이 반역자가 아니다”라면서 “국민을 생각 않고 숨어서 지내는 것도, 러시아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참여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 역시 반역자”라고 주장했다.
와그너 그룹은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러시아 기업인 프리고진이 설립했다. 프리고진은 줄곧 자신과 와그너 그룹 간 개연성을 부인해오다 지난 9월에야 설립 사실을 인정했다.
와그너 그룹은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살인죄·마약밀매 혐의 등 중형을 선고받은 자들을 대상으로 여죄 사면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파병 인원을 모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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