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美, 北 우려부터 해소해야”
왕이, 회담 발표엔 없는 내용 공개
바이든 “北 도발땐 방어 추가조치”
일각 “한국에 사드 추가배치” 관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시간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동맹국뿐 아니라 미국의 영토(soil)와 미국의 역량을 방어할 것”이라며 동북아시아 미군 전력 증강 방침을 강조했다. 중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도발을 막을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면서 막지 못할 경우 중국이 반발하는 동북아 미군 강화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반면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고 회담 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북한을 옹호하는 ‘미국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동북아 미군 증강’과 관련해 “중국이 북 도발을 막지 못하면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국에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 바이든 “北 도발 막는 건 中의 의무”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에게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더는 하면 안 된다고 촉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북한이 도발을 이어간다면 방어를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추가 방어 행동’을 위한 미군 전력 증강 계획을 이미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전술핵 개발과 함께 핵 선제공격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반발에도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 추가 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드 추가 배치는 합리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실제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하면 미국은 B-1B 전략폭격기 등을 한국에 재배치하고 한국, 일본과 핵 준비태세에 대한 논의를 상당히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영토에 대한 방어’를 강조한 만큼 괌에 미사일 방어 전력과 전략자산 배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시진핑, 美에 “北 합리적 우려 해결하라”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는 않는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왕 부장은 회담 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을 직시해야 한다. 각자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미국의 긴장 완화 조치가 먼저라는 주장을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복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자료에는 북한과 북핵, 한반도 등의 단어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동북아 전력 증강’ 경고가 중국의 북한 도발 억제를 끌어낼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면 대만 유사시 미군의 개입 역량이 확대되는 만큼 이에 부담을 느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미군 준비 태세 강화는 외교적 노력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제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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