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호주 정상이 5년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진행, 경색된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한 걸음 내디뎠지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호주의 국방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서 시노디노스 주미 호주대사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행사에서 호주-중국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호주는 중국과 무역 관계를 정상 궤도에 돌려놓기를 원하지만, 이것이 전략적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가치와 관심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그리고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협의를 통해 내린 결정에서 드러난다. 우리의 군사력은 향후 몇년간 상당한 규모로 증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 역시 호주가 외교와 국방 중 한가지 만을 선택해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은 우리가 안보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호주 총리실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리처드 모드 아시아 소사이어티(싱크탱크) 이사도 “중국과 호주는 세계와 역내 질서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힘의 균형을 맞추고 인권 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 래비 전 주중 호주대사는 “이번 회담은 복잡한 무역 문제를 해결해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시작 과정”이라면서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전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에 방문한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 무역과 인권,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약 32분간 논의했다.
이후 앨버니지 총리는 기자 회견에서 시 주석과 긍정적으로 무역 관계를 논의했다고 밝혔고, 시 주석은 “양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요 국가인 만큼, 관계를 개선하고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주는 최근 몇년간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어온 데다 서방의 대(對) 중국 견제에 동참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에 호주가 오커스에 참여해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중국과는 안보 측면에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