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공식적으로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 16일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동기 대비 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에도 러시아 GDP는 비슷한 규모로 감소, 2분기 연속 하락이라는 경기침체 조건을 채웠다.
다만 3분기 GDP 4% 감소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4.5% 감소보다는 작았다. 도매업과 소매업이 각각 22.6%, 9.1% 수축하며 GDP를 끌어내렸다. 반면 건설업은 6.7%, 농업은 6.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주요 제조 부품 등의 수출입 제한을 받고 있는 데다가 전쟁 동원령으로 수십만명이 빠져나가 기업들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도 9월 실업률이 3.9%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잘 버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8일 러시아중앙은행은 올해 GDP가 3.5% 감소할 것으로 보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각각 러시아 GDP의 하락을 3.4%와 4.5%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전쟁의 타격을 크게 입지 않은 원인은 세계 에너지가격 급등 때문이다. 러시아가 유럽 등에 가스 공급을 차단하고 인플레이션까지 심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 러시아는 정부 수입의 약 40%를 에너지 수출에 의존한다. 러시아중앙은행도 서방의 제재 후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해 루블화를 지지했다가 그후 7.5%로 내리고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버티기’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 소재 로코인베스트의 투자 이사인 드미트리 폴레보이는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서 “GDP가 4분기에 7%까지 더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제재의 효과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본다. 발레리 모로노프 고등경제대학 발전연구소 부소장은 “문제는 이미 분명히 존재하지만 2023년으로 그 여파가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서방의 제재가 강력하다며 “러시아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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