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대통령 자격 없다”…NYT 사설로 비난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17일 10시 50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선언에 대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보다 나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2020년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다가 두 차례 탄핵 위기를 맞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한다고 말한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추악하고 허황되며 혼란스럽게 진행되는 그의 선거 유세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큰 위협이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 절차를 신봉한다고 위장할 수 없다. 그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거부를 자신들의 정치활동의 근거로 삼으면서 추종자들을 각지 선거관리사무소에 심으려고 시도했고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였다.

트럼프는 공직에 맞지 않는다. 대통령으로서 그는 무능하고 사익을 좇았다. 상원은 2019년 그를 권력남용으로 기소해야 했으며 2021년 반란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해야 했다. 유권자들이 그를 심판했지만 트럼프는 법이 허용하는 권리에 따라 재출마했고 미국인들이 세 번째로 그걸 견뎌야 한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살아남는다면 선거는 다시 한 번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투표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 시스템이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유권자들은 법에 의한 통치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앞으로 선거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 전에 끝내야 할 일이 있다.

의회는 연내에 선거법을 개정해 트럼프 아닌 어떤 후보라도 각 주가 제출한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걸 의회가 막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 유권자들이 지난 주 경합이 치열한 주의 공직 선거에 출마한 선거 부정론자들을 대부분 낙선시켰다. 그러나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걸 부정하는 주와 각지 선거 사무원 및 의원들이 개표에 개입할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

1.6 의회 폭동 조사 및 조지아주 선거 개입, 비밀정보문서 은닉 등에 대한 수사도 계속돼야 한다. 출마했다고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건 안 될 일이다.

트럼프 추종자들은 그가 결함이 있지만 사실상 챔피언이라고 믿는다. 그가 권좌에 오른 건 그가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믿음 덕분이며 2016년 그가 당선함으로서 공화당은 의기양양할 수 있었다. 공화당은 감세를 밀어부치고 대법원을 장악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 무역 및 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원이라도 정치과정을 훼손하더라도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보는 건 단견이다. 선거 결과와 지도자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미국인들은 자신이 반대하는 연방 정부의 합법적 결정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민주정치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면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화당 지도부는 당초 트럼프의 부상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4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를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그가 대통령직을 떠난 뒤에도 그에 대한 개인적 숭배가 커지는 걸 막지 못했고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면서 그를 거부하는 사람에 보복하고 막무가내로 구는 걸 비난하지도 못했다.

트럼프 숭배는 보수의 아성에서조차 분열과 파괴를 낳았다. 복음주의 기독교가 크게 분열된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교회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신앙심의 표시로 받아 들인다.

트럼프의 출마 선언에 대해 공화당의 영혼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강력히 맞서야 한다. NYT 논설위원실이 지지하지는 않지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리즈 체니 하원의원 론 드샌티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팀 스콧 상원의원 크리스 수누누 주지사 등이 법에 의한 통치를 지킬 것임을 입증한 사람들이다.

공화당은 후보 선출과정에서 트럼프를 철저히 검증해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를 선동했다. 그는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 대통령 시절 자주 국익보다 사익을 앞세웠다. 일반 시민을 돕겠다고 해놓고 부자들 세금을 줄여 연방적자를 크게 늘렸다. 그는 독재자들과 친했고 자유민주주의 지도자들과는 끊임없이 반목했다. 바보같이 이란 핵합의를 취소해 미국의 전 세계 군사적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다. 무엇보다 코로나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기초적인 안전 조치조차 거부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켰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지난 임기 때보다 더 제멋대로일 것이다. 재임 4년 동안 트럼프는 다른 정부 기관과 법을 갈수록 더 무시했고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 이번에 트럼프는 전보다 더 아첨꾼들로 둘러싸일 것이다. 트럼프는 자기가 임명한 법무장관 빌 바를 공개적으로 법을 위반하길 거부했다는 이유로 잘라내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사람을 임명하려 시도했었다. 재선되면 툭하면 보복하려 들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켜야만 미국인들과 어린이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나라들은 국민들이 희망도 대안도 없이 살아간다. 독재자들은 그런 틈을 놓치지 않는다.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에 큰 상처를 냈다. 상처가 아물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중간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들은 거의 빠짐없이 선선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유세하면서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후보들까지도. 트럼프의 재출마는 이런 진전에 암운을 드리운다. 그는 이번에도 허위와 명백한 거짓말, 은근한 협박, 폭력 선동, 모욕, 도발로 미국인들을 현혹시킬 것이다. 그의 정치적 부활을 허용하지 말아야 소중한 자치 정부를 회복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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