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둔 카타르에서 현지 반응을 중계하던 덴마크 기자가 보안요원들로부터 촬영을 저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6일(현지시간) 덴마크 TV2 소속 기자인 라스무스 탄톨트는 트위터에 카타르 도하의 한 회전교차로 앞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다가 보안요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을 보면 카타르 보안요원 3명이 전기 카트에서 내리더니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막았다.
이에 탄톨트는 “당신들이 전 세계를 초대했다. 공공장소인데 왜 촬영하면 안 되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외신기자증과 촬영허가서를 제시하며 “우리는 원하는 곳 어디든 촬영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보안요원들은 계속 촬영을 저지했다. 카메라를 뺏으려는 과정에서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진 듯 화면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탄톨트는 “이런 상황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카타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자유롭게 보도하면 공격과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논란이 거세지자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탄톨트와 방송사 측에 사과했다.
조직위는 성명을 내고 “방송을 중단시킨 것은 실수였다. 사건 직후 현장 보안요원들이 방송국에 사과했다”며 “모든 단체에 대회를 위한 촬영 허가를 존중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카타르 월드컵은 개막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노동을 착취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덴마크 대표팀은 인권 문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단색처럼 보이는 유니폼을 착용하기로 했다. 또 사망한 이주 노동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유니폼도 마련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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