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9개월을 맞은 가운데,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학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향후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유라시아학회와 한신대 유라시아연구소는 18일 서울 중구 호텔토마스명동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국가, 지역, 국제질서’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러시아가 올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방향과 전망을 살피고 한반도와 인접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현장과 화상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는 “미·일과 중·러 대립구도가 명확해지면서 한국 사회에서 ‘균형외교론’이 힘을 잃고 ‘동맹 강화론’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질 우려가 커졌다”라며 “두 논리 간 균형을 잃으면 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상윤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다른 나라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 “우리나라도 ‘교전 중에 있는 국가에는 공격용 무기에 국한해 무기 공급을 금지한다’ 등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국과 러시아 측 참석자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비판했다. 쉬인홍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를 문제 삼으며 “윤석열 정부가 중국 비난 행동에 빠르게 동참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폴란드 국방부가 한국산 K9자주포 648대 등 무기를 구매한 것을 들어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적인 역할을 급격하게 키워나가면 한중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반 티모페예프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 프로그램 국장은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융단폭격’을 당한 뒤에도 정책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제재 당사국이 결연한 강대국이라면 정치적 행보를 바꾸려는 목적의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구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교수는 북한이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등에 노동자를 파견하려 하는 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장환 한국유라시아학회장 겸 한신대 유라시아연구소장은 이날 학술회의에 앞서 “이번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의 출렁임은 그 폭과 깊이를 예상하기 힘들고, 각 국가의 대응 역시 일관적이지 않다”라며 “이번 국제 학술회의가 더 나은 국가와 지역, 그리고 국제질서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실천을 조직하는 학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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