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中과 갈등에 미-유럽 무역 호황…기업은 이탈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1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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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과 서방간 갈등 여파로 미국과 유럽간 무역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보조금을 노린 기업들이 속속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탈하자 유럽과 미국간 갈등이 커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국-유럽 무역 호황…“우크라 전쟁·中과 갈등 여파”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과 서방간 갈등 여파로 미국과 유럽간 무역·투자가 호황을 누리며 세계 경제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미국은 중국보다 유럽에서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WSJ는 “중국이 미국의 지배적인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던 2010년대와 비교해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독일에서 대미 수출이 9월에만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독일의 기계공학 관련 기업들은 올 들어 9월까지 대미 수출을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늘렸다. 같은 기간 대중국 매출은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중소기업들 일부는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인건비 상승에 직면하며 중국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엔지니어링협회(VDMA)의 랄프 위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개방된 동안 중국에선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간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뉴욕·뉴저지항은 지난 9월 2019년 대비 35% 늘어난 화물을 처리하기도 했다.

또 미국 관광객들이 달러 강세에 힘입어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유럽이 미국발 여행에 힘입어 올 들어 7개월 동안 외국인 관광객을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유럽 명품업체들도 웃고 있다. 구찌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그룹 케링의 7~9월 서유럽 매출은 74% 치솟았다.

◆“인센티브 받자”…유럽 기업들 미국으로 이탈

유럽 기업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차단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유럽의 경제 전망이 악화하자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독일 특수화학기업 랑세스의 마티아스 자허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독일의 경쟁력 하락을 경고하며 향후 미국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독일 공장 증설에는 더이상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제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내놓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은 유럽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더욱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 BMW,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스웨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도 IRA 시행으로 생산 확대를 위해 미국을 찾고 있다.

노스볼트는 IRA로 인해 미국 공장에서 6억~8억달러의 보조금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독일이 제공하는 인센티브 1억6000만달러와 비교된다.

이처럼 유럽 기업들이 속속 미국으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유럽 지도자들은 우려가 커졌다.

앞서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은 미국의 지원에 대해 “과도하다”며 “유럽으로부터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FT는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기후 변화 대응 등에 369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IRA 법안과 최근의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도 북미보다 5배 비싼 유럽의 높은 에너지 비용이 EU 국가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바이든 행정부와 이견을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EU는 총 2310억달러에 달하는 보조금 프로그램과 관련한 9개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다.

특히 유럽은 IRA에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에도 반발하고 있다.

이에 EU는 이달 미국 재무부에 “미국과 EU가 공급망 회복에 대해 긴밀히 협력을 약속한 상황에서 인센티브가 해로운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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