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항’ 러군 포로에 총격 영상…유엔, 우크라 전범 의혹에 조사 착수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1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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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한 러시아군 포로를 향해 총격을 가한 우크라이나 군의 전쟁범죄 의심 정황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하면서 유엔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이달 초 러시아가 점령 중이던 루한스크주(州) 마키우카 마을 탈환 과정에서 인근 농가에서 11명의 러시아 병사가 총격을 받아 숨진 영상이 온라인 상으로 확산됐다.

NYT는 온라인 상에 유포된 총 4개의 동영상이 모두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것을 확인했다며 시간대별로 순차 분석 보도했다.

첫 번째 영상에는 무장한 우크라이나 군 3~4명이 들판에 누워 멀리 떨어진 러시아 군을 겨냥해 조준 사격 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담겼다. 총격 소리와 함께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번갈아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군인의 모습도 함께 촬영됐다.

두 번째 영상은 드론으로 촬영한 듯 무너진 농가를 하늘 위에서 비춘 모습이 담겼다. 엎드려쏴 자세로 기관총을 잡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과 그 뒤에 서있는 군인, 사망한 러시아 군인의 시신을 확인하는 우크라이나 군인의 모습이 촬영됐다.

세 번째 영상은 러시아군이 발포한 총격 소리와 함께 촬영이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NYT는 촬영이 중단된 시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확인이 어렵다면서 재개된 영상 속에는 러시아군 6명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장면이 담겼다고 전했다. 6명 가운데 2명은 살아있었고, 다른 4명은 우크라이나 군인에 의해 들려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지막 네 번째 영상에는 러시아 병사 1명이 우크라이나 군을 향해 발포한 순간이 담겼다. 총격전을 휴대전화로 촬영 중이던 우크라이나 병사가 휴대전화를 놓치면서 중간 상황은 담기지 않았다.

이후 두 번째 드론 촬영 영상 대조 결과 우크라이나 군에게 발포한 러시아 군 포로 1명은 우크라이나 군의 총격에 의해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보도했다.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이뤄진 피아식별 띠를 두르고 있던 11명의 러시아 군은 항복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머리와 상체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제인권단체 ‘인권을 위한 의사들(PHR)’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로히니 하르 박사는 “사망자는 대부분 머리에 총상을 입은 것 같다”며 “비무장 상태로 팔을 뻗거나 손을 머리 뒤로 한 채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전투원으로 간주되는 사실상의 전쟁 포로를 살해하는 것은 국제무력 분쟁법(제네바 조약) 위반으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전쟁범죄 사법처리 전문가인 이바 부쿠시치 박사는 “이 영상만으로는 전쟁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결정적 요인은 러시아군이 총격을 받았을 때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무력을 행사한 뒤 그 순간에 총에 맞아 숨졌다면 그것은 전쟁범죄가 아니다”라면서 “항복을 위장한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동영상은 우크라이나 군의 휴대전화에 담긴 영상과 우크라이나 군이 운용한 무인기(드론)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동영상 일부는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측 텔레그램에 루한스크 탈환 소식을 함께 올라왔다.

이후 지난 18일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에서 해당 동영상은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군에게 저지른 전쟁범죄 증거라고 보도한 이후 러시아 내 강경파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었다.

러시아 강경파들은 우크라이나 군이 비(非) 무장상태의 러시아 군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전범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 군의 교전 상황에서 양측 간 발포가 이뤄졌기 때문에 전쟁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은 “러시아 군인들은 항복 과정에서도 아군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맞섰다.

유엔은 내부적으로 해당 동영상 속 전범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마르타 우르타도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우리는 해당 동영상을 알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무장 상태이거나 전투 의사가 없는 사람의 투항(hors de combat)에도 즉결 처형한 혐의는 신속하고 완전하며 효과적으로 조사돼야 한다”면서 “가해자들은 국제법에 의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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