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완장·모자 다 안 돼”…카타르 월드컵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10시 39분


사진제공=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7개 팀 주장들이 차별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착용하는 ‘무지개 완장’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하지 못하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 완장을 착용할 시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이들 7팀은 공동성명을 내고 “FIFA가 각 팀 주장들이 완장을 찬다면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벌금을 내더라도 완장을 찰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쫓겨나게 할 상황에 빠트릴 수는 없다”며 “주장들에게 경기 중 완장을 차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례 없는 결정이 실망스럽다. 9월에 이 완장을 차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FIFA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며 “우리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포용’이라는 가치의 강력한 지지자”라며 어떤 형식으로든 이를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무지개색 의류 등의 착용은 선수들에게만 제한된 것이 아니었다. 영국 BBC는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를 보러 온 한 관중이 보안요원의 지시에 무지개색 모자를 벗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출처=BBC 영상 갈무리
사진출처=BBC 영상 갈무리

모자를 빼앗긴 사람은 전 축구선수이자 FIFA 평의회 후보였던 로라 맥칼리스터였다. BBC는 보안 검색대에 들어선 맥칼리스터에게 보안 요원이 그의 모자가 제한된 품목이라고 말하며 벗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팬들이 관련 물품을 착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맥칼리스터는 자신의 SNS에 “대회 전 FIFA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음에도 경기장에서 ‘무지개’ 모자를 압수당했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적었다.

카타르 월드컵 측이 이토록 ‘무지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지개가 카타르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인권 문제와 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에서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탄압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잉글랜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 7개 팀은 카타르에 항의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원 러브’ 캠페인은 네덜란드가 2020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 앞서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 사진제공=게티이미지코리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 사진제공=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FIFA의 예상치 못한 ‘경기 중 제재’에 결국 물러서야 했다. 이에 잉글랜드팀 주장인 해리 케인(29)은 이날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카타르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FIFA 자체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서방 팀들의 요구에 FIFA는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사회적 의미를 담은 ‘차별 반대’(#NoDiscrimination) 완장을 내놨다. 이 완장은 FIFA가 유엔 산하 기관 3곳과 협력해 통합, 교육, 보건, 차별 반대 등을 주제로 자체 캠페인을 실시한다며 내놓은 것이다.

FIFA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포용적인 기구로 ‘원 러브’와 같은 마땅한 대의를 지지한다”면서도 “축구가 이런 대의를 실어 사회를 이롭게 하길 바라지만, 그 과정은 모두가 알고 있는 규칙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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