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 중인 가운데, 중국 언론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21일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해리스의 필리핀 방문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을 부채질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꺼려하는 ‘중국 위협’의 의도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이번 방문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올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래 필리핀을 찾은 미국 최고위급 인사가 됐지만, 큰 권력 경쟁에 휘말리길 꺼리는 필리핀과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겐 미국의 ‘중국 위협’이 ‘누가 지역 안보의 진정한 파괴자인지’ 깨닫게 하고 그들을 미국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방문이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정상회담에선 ‘갈등 해소’를 예고했지만 중국의 대한 미국의 적대감은 여전하다”고 했다.
특히 22일 예정한 해리스 부통령의 팔라완 섬 방문 일정에 매체는 날을 세웠다. 팔라완 섬은 남중국해 상에서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갈등을 빚는 분쟁 지역이며, 팔라완엔 필리핀 군 지휘부의 중심지 푸에르토프린세사에 안토니오 바우티스가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21) 정례브리핑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순방 관련 “미국이 지역 국가들과 교류하는 걸 반대하진 않지만, 그러한 상호작용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촉진해야 하며 다른 나라의 이익을 손상시켜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번 방문을 통해 필리핀에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하이둥 중국외무대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미 부통령은 이 지역이 미국의 지원 없이는 안전하지 않을 것임을 동맹국들에게 상기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이 미·중 평화공존에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필리핀은 대만 문제 관련 미국의 군사적 간섭에 지리적으로 중요하다”며 “이것이 미국이 필리핀의 협력을 설득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주 교수는 “필리핀은 미국의 동맹이지만 대만 문제 관여를 피하고 관련해 미국의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건 피하고 있다”면서 “필리핀은 미중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매체는 “필리핀 외에도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동남아 여러 나라를 옭아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직후 가진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대만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매우 걱정한다”고 말한 내용도 첨부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많은 동남아시아 전략가들이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필리핀 방문을 ‘쓸데없이 도발적’이라고 개탄했다고 매체는 부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약국 간 갈등이 완화될 수 있는 만큼 ‘기회의 창’에 접어든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리하이둥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적대감과 경쟁심이 여전하지만 앞으로 대중국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2년은 양국이 협상 테이블의 긍정적인 신호를 관계 개선 모멘텀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필리핀 방문 기간 중국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팔라완섬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2016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내린 중국의 영유권 주장 무효 판결 지지 입장을 강조하고, ‘주권, 영토 보전, 항행의 자유’ 원칙 관련 연설할 예정이라고 미 정부 한 당국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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