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보지 못했던 숫자가 나왔다. 경기 전후반을 합쳐 30분에 가까운 추가 시간이 나오면서 월드컵 사상 추가 시간 최장 기록이 새로 쓰였다.
이 역사적인 기록은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와 이란의 맞대결에서 나왔다. 발단은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30)의 부상이었다. 전반 9분 베이란반드는 잉글랜드의 크로스를 막으려다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26)와 얼굴을 맞부딪치며 쓰러졌다. 그는 8분간 치료를 받고 다시 뛰었지만, 2분 뒤 끝내 교체를 요청했다. 이로 인해 경기가 10분가량 지연됐다.
이날 경기의 주심 하파엘 클라우스 심판(43)은 이렇게 실질적인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흘러간 시간을 외면하지 않았다. 클라우스 주심은 전반 끝자락에 14분의 추가 시간을 선언했다. 클라우스 주심은 또 이날 양 팀이 교체 카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벤치 선수 11명을 투입하는 등 경기 지연 이슈가 연달아 나오자 후반에도 10분의 추가 시간을 부여했다. 경기 막판 이란의 페널티킥 판정을 위해 소모된 비디오 판독(VAR) 시간을 더하면 전후반 총합 27분이 넘는 추가 시간이 나왔다.
이처럼 이례적인 추가 시간의 발생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국제축구평의회(IFAB) 소속의 피에를루이지 콜리나(62)는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후반마다) 6~8분의 긴 추가 시간이 전광판에 나와도 놀라지 말라”고 강조했다. 콜리나는 2005년 심판직에서 은퇴했지만 FIFA 심판위원장으로서 월드컵 규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콜리나는 “월드컵 경기에서 한 골이 나올 때마다 선수들이 축하하는 시간은 1분에서 1분30초가 걸린다. 3골을 넣은 경기라면 관객들은 5분을 잃는 셈”이라며 “관객들은 90분의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값을 지불했는데 실제로 본 시간은 절반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어진 추가 시간은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침대 축구’를 예방하기 위한 FIFA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FIFA는 월드컵 개막 전인 6월 열린 워크숍에서 “추가 시간을 엄격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침대 축구로 시간을 끌면 이에 대한 추가 시간을 그만큼 늘려 중동 국가가 부당한 이득을 보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와 같이 엄격한 추가 시간 방침은 지금까지 치러진 모든 카타르 월드컵 경기에 적용되고 있다. 이번 잉글랜드-이란 경기뿐 아니라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맞대결에서도 추가 시간은 10분(전반 5분, 후반 5분)이 주어졌다. 22일 미국-웨일스 경기에서는 13분(전반 4분, 후반 9분), 네덜란드-세네갈 경기에서도 10분(전반 2분, 후반 8분)이 부여됐다.
이로 인해 월드컵 추가 시간 역사도 다시 쓰였다. 22일 축구통계 전문 업체인 옵타에 따르면 잉글랜드-이란 전반전(14분8초), 후반전(13분8초), 미국-웨일스 후반전(10분34초), 세네갈-네덜란드 후반전(10분3초)순으로 1966년 대회 이후 역대 최장 추가 시간 상위 4개 기록이 이번 월드컵에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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