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기업 HP가 3년 동안 최대 6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컴퓨터 판매가 저조함에 따라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감축에 나선다는 취지다.
22일(현지시간) HP는 연간 14억 달러(1조9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에 따라 감원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HP의 2025회계연도까지 3년여 동안 총 4000~6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HP 임직원 약 6만1000명의 약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감원이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경영환경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14억 달러를 절감하는 한편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P도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빅테크기업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 호황을 누리며 고용을 늘렸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PC를 사들이고,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일상이 돌아오며 PC 수요도 감소 추세다. HP는 이날 자사 회계 기준 4분기(8~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148억 달러(20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 저하 속에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리고 있어 차입경영이 어렵게 됐다. 이에 대규모 감원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필요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메타와 아마존이 1만여 명 감원 계획을 밝혔고. MS, 인텔, 세일스포스 등도 인력 구조조정 중이다.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으로 한때 ‘귀한 몸’이었던 해외국적 엔지니어나 경영학석사(MBA)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취득한 이들은 주로 미국 대학에서 테크 분야 전공 후 현지에 취업했지만 감원 여파로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미 정부는 고질적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직 취업비자를 통해 미국 체류를 유도해 왔다. 리프트, 메타, 아마존 등의 H-1B 비자를 보유한 직원 비중은 10% 안팎 수준이다.
최근 해고된 한 트위터 직원은 블룸버그통신에 “14년을 미국에서 살았는데 당장 새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준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야한다”며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대부분 빅테크 기업이 감원 중이거나 고용을 멈추고 있어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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