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Monkeypox)’의 병명을 ‘M두창(MPOX)’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명칭이 원숭이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한 판단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WHO가 이르면 이날 병명 개정을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WHO는 아프리카 풍토병으로만 간주되던 원숭이두창이 약 40개국으로 퍼지던 올해 6월부터 개명 논의에 착수해왔다.
원숭이두창은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같은 이름이 붙었으나 곧 설치류에도 퍼지기 시작했고, 이후 수십 년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약 12개국에서 고유종으로 자리 잡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됐다.
올해 확산에서는 인간 간 전염이 대부분이고, 또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만큼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은 아프리카계 등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 병명이 유색인종에게 찍힌 낙인을 악화하고 있으며, 개명이 늦어지면서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정부 관료들은 개명을 서두르지 않으면 따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WHO 지도부를 압박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이미 원숭이두창을 자체적으로 바꿔부르고 있다.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은 ‘MPX’로 쓰고 엠피엑스나 엠폭스 등으로 부르며 오리건이나 버몬트, 뉴저지에서는 ‘hMPXV’로 표기한다. 캐나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M두창(Mpox)으로 불러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WHO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 세계 110개국에서 8만611명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 한국에서도 최근 4번째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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