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 전자투표기에 결함이 있었다며 최고선거법원에 공식 이의를 제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대선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소속된 사회자유당(PSL)을 비롯한 우파 연합은 “개표 감사 결과 (일부 전자투표기에서) 심각한 오작동 징후를 발견했다”며 투표 무효화를 요구하는 33페이지 분량 서류를 최고선거법원에 이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우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결선투표에서 득표율 약 1.8%포인트 차로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졌다. 그는 “헌정 질서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며 권력 이양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지만 공식적으로 패배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발데마르 코스타 네토 자유당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감사 결과 결선 투표에서 사용된 전자투표기 59%인 약 28만 대에서 고유 식별 번호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기계들에서 행한 모든 투표를 무효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고유 식별 번호가 발견되지 않은 사실이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의 제기가 대선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고선거법원에서 당선인을 발표한 데다 동맹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도 룰라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라 지 모라이스 최고선거법원장은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1차 대선 투표 결과를 비롯해 자유당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추가 자료를 24시간 안에 제출해야”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야당 유력 정치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의 제기를 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정치학자 에두아르도 멜로는 FT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야권 반(反)룰라 진영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기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지 세력이) 현 선거 제도에 의구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룰라 당선인의 노동당(PT)을 비롯한 좌파 진영은 강하게 비판했다.
글레이시 호프만 노동당 대표는 트위터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의혹 제기는 ‘사기’라며 “더 이상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모욕은 그만둬라. 투표로 결과가 결정됐고 브라질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룰라 당선인 라이벌로 불리는 사회민주당도 트위터에 “보우소나루의 불만은 무의미하다. 국제사회와 브라질 사회가 저항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3주째 대선 불복 시위 중인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시위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11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시위로 고속도로 18곳 통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옥수수를 포함한 농산물 운송과 의료 서비스 지연 같은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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