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One love가 적힌 ‘무지개 완장’ 착용을 금지시킨 가운데, 독일 대표팀이 2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입을 가리고 단체 사진을 촬영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관중석에서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옆에 앉아 있던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이 완장을 찬 채 축구 행정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7개 팀은 카타르 내에서 발생한 각종 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무지개 완장을 월드컵 경기에 차고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FIFA가 ‘주장들이 무지개 완장을 찬다면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각 팀은 무지개 완장 착용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에 슈테펜 헤베스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의 권리는 타협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우리는 FIFA 월드컵에서 입장을 취하거나 연대의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해진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축구연맹(DFB)은 FIFA의 이러한 금지 조치가 적법한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슈테펜 사이먼 DFB 대변인은 AFP의 스포츠 자회사인 SID와의 인터뷰에서 “FIFA는 우리가 다양성과 인권을 위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금지했다”며 “그들은 무엇을 부과할지 특정하지 않은 채 대규모 스포츠 제재 가능성으로 위협했다”고 전했다.
독일 일간 빌트는 DFB가 이 사건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CAS는 해당 사건이 우선 FIFA 항소 위원회에 회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팬들은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몇몇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지지자들의 보이콧을 촉구하는 등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국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일부 펍과 바는 매장 내에서 월드컵 경기 중계를 거부하고 있으며, 다른 곳은 주류 판매 수익금을 이주 노동자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절반 이상이 월드컵 보이콧에 찬성했다.
반면 FIFA의 완장 관련 입장에 대해 독일 국가대표팀이 강력한 입장을 취하지 않아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독일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REWE는 다양성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FIFA의 논란이 있는 태도와 관련해 DFB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독일과 일본의 개막전에 참석할 예정인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FIFA가 ‘원 러브 완장’을 금지한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국가 연맹들이 완장을 착용하려는 계획을 고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페이저 장관은 “유럽연합(EU)이 함께 반대에 나서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 이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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