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여성 비상임이사는 40%
뉴욕필하모닉 연주자, 女〉男 역전
2026년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 상장 기업은 비상임 이사의 40%를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한다. 의무 할당 비율을 지키지 않는 기업은 벌금을 물거나 명단이 공개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EU는 “유리천장을 깨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 이사회 성비 균형에 관한 법안을 공식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의 모든 상장기업은 2026년 6월 30일까지 비상임 이사의 40%, 전체 이사의 33%를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 지키지 않는 기업은 벌금을 내거나 명단 공개를 감수해야 한다. 또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받는 차원에서 이사회 성비를 매년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직원 수 250명 미만의 상장 기업은 시행 대상에서 제외된다.
EU 집행위원회는 당초 2012년 여성 이사 할당제를 처음 제안했다. 그간 회원국 간 이견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지만 올해 6월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가 이 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집행위가 해당 법안을 공식 승인한 것이다.
180년 역사를 지닌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도 여풍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여성 연주자 수가 45명으로 처음으로 남성(44명)을 넘어섰다. 1842년 창단된 뉴욕 필이 1962년 현재의 전용 공연장인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에 입주했을 때 여성 연주자 전용 탈의실이 없었다. 당시 단 한 명의 여성 연주자도 없었던 탓이다. 이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평이다. 여성 연주자 수가 늘어날 수 있던 계기로 1970년대부터 시작된 ‘블라인드 오디션’이 꼽힌다. 연주자의 성별과 인종을 보지 않고 오직 연주 실력으로만 평가한 덕에 오케스트라의 다양성이 확보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