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2차전지 소재 등 첨단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과 격차를 더 벌리며 1위를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미래 유망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중국 첨단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되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56개 주요 제품 및 서비스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15개 분야 선두로 미국(18개)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특히 중국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며 한중일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이 전년보다 12.2%포인트 급상승한 46.3%였다. 같은 기간 한국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24.8%)은 4.1%포인트, 일본(12.0%)은 4.9%포인트 떨어졌다. 한국 양대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18.6%)과 SK온(6.2%) 점유율을 합쳐도 중국 1위 업체 닝더스다이(CATL)의 38.6%에 크게 못 미쳤다.
대형 액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점유율 2위 한국 LG디스플레이(15.3%)가 전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한 반면 1위인 중국 최대 업체 징둥팡(BOE)의 점유율은 5.5%포인트 증가한 28.4%였다.
니혼게이자이는 “경제 안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와중에 중국 기업이 세계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국가별, 분야별 수출 전략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중동과 중남미에 대한 수출을 늘리도록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등 14개 수출 유관 부처가 각각 수출 조직을 만들어 부처별 수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수출 두달째 내리막… “중동특수-유턴기업 맞춤지원으로 돌파”
尹, 첫 수출전략회의 직접 주재 “환경부도 규제만 아닌 산업 육성” 14개 부처 수출지원체계 구축 중동-중남미-EU 전략시장 공략
정부가 대통령 주재 ‘수출전략회의’를 23일 처음 열고 14개 부처를 아우르는 수출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최근의 위기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의 3고(高)가 닥친 가운데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마저 지난달에 이어 이달 1∼20일도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따른 것.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한 데 이어 이날 수출전략회의에서 “환경부도 규제만 하는 부처가 아니라 환경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우리나라 수출액은 5월까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다가 6월부터 한 자릿수로 꺾이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주요국들이 통화 긴축에 나서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둔화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값이 뛴 영향이 컸다. 여기에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겹쳐 10월 수출은 5.7% 감소해 2년 만에 역(逆)성장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내년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단가 하락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우리 수출에 큰 부담이다. 당분간 증가세로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 23일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14개 부처가 합동으로 ‘수출 지원 강화 방안’을 일제히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출전략회의에서 “모든 분야와 정책을 ‘수출 확대’라는 목표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며 “수출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이것을 민간기업이 알아서 해라라고 할 수가 없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 증진 전략과 문제점을 직접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중국, 베트남 등 특정국에 편중된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원자재 수급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공장 신·증축 없이 국내에 생산설비만 추가해도 유턴기업(국내 복귀 기업)으로 인정해 준다. 유턴기업에는 세제 및 고용 지원 등 정부 보조금 혜택이 주어진다.
3대 전략시장으로는 중동, 중남미, 유럽연합(EU)을 꼽았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한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에너지 플랜트,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전체 수출의 78.2%를 차지하는 15대 주력 업종별로 맞춤형 수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전략회의, 수출투자지원반의 민관 협력 기구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것. 원전, 방산, 해외 건설 등 유망 산업에 대해서는 각 소관 부처가 책임지고 수출 전략을 수립한다. 예컨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확대를 위한 대·중소기업 동반 진출을, 복지부는 제약 관련 해외 인허가를 지원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각 부처에 수출 전담 부서를 두고, 통상교섭본부장 주재의 수출지원협의회를 가동해 부처별 수출 지원 계획과 협업 과제 이행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약 4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에너지 절감 대책도 실시하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