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징집 가족 면담 거부 확산…“계획된 자리 안 간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4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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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에 따른 강제 징집병 어머니와의 만남을 선택적으로 추진하면서 초대받지 못한 가족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강제 징집으로 악화된 여론를 무마하기 위해 기획된 자리에는 참석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둔 강제 징집된 가족들 사이에서 면담에 대한 거부 인식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지난 22일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예비군 아들을 둔 어머니들과의 만남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 차원이었다.

당시 드미크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징집 예비군 가족들과의 만남을 추진중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날짜와 초청 규모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올해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 예비군 어머니들과의 만남 자리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퇴임 전 1998년 1월 매년 11월 마지막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정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올해는 11월27일이 어머니의 날이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추진 중인 예비군 가족들과의 면담은 강제 징집으로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가족들이 면담을 거부하는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군인 어머니 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발렌티나 멜니코바는 “이번 주말로 예상되는 푸틴과의 만남에 대해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며 “그들은 우리를 초대하지 않았을 뿐더러 당연히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동원을 비판해 온) 운동가들은 면담 자리에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며 “크렘린궁은 푸틴과의 면담에 참석할 대표자들을 직접 뽑거나 아니면 이미 계획된 ‘청중’들로 면담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멜니코바는 2000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고 당시 푸틴 대통령과 사망 승조원들의 유가족 만남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만남도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족들이 불만과 요구사항을 털어 놓을 경우 푸틴 대통령은 과거처럼 곤란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유가족과의 만남은 일종의 회의 자리와 같았다. 푸틴은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이 대중들 앞에서 야유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스무살 아들이 징집된 이후 동원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는 올가 츠카노바는 동영상 메시지에서 “당신을 만나러 온 여성들의 눈을 바라볼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다시 숨을 것인가”라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날 동원령과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들의 별도 회의에 러시아 보안국 요원 일부가 미행·감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들은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의 대형 사진을 걸어놓고 회의를 했다.

아들 2명이 이번에 징집됐다는 마리나 보리소브나는 영상통화 형태로 참석한 회의에서 “누가 내 손주들을 키울 건가. 내 아들이 어린딸을 직접 키울 수 있도록 복귀시켜 줄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선포 이후 일주일 사이 강제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한 남성이 30만 명이 넘었다. 러시아 전역에서는 동원령 반대 시위로 2000명이 넘는 시민이 체포되는 등 반발 여론이 심화됐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목표했던 30만명을 동원 완료했고, 8만2000명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징집된 군인들이 충분한 훈련도 없이 곧바로 전선에 투입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장비도 지급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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