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떠난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2015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로마 출신 디자이너 미켈레는 저물어가던 구찌를 부활시켰다. 구찌가 성별, 성적 정체성, 인종 등 다양한 문화를 포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브랜드에 대한 그의 새로운 비전은 패션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미켈레는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패션 그룹 ‘케링’에게 수백억 달러를 벌어다 줬다. 지난 2021년, 약 1조4000억 원의 수익을 내며 그룹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구찌였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이끈 핵심 인물은 미켈레와 구찌의 최고 경영자(CEO) 마르코 비자리였다.
하지만 구찌는 언젠가부터 또 다시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미켈레는 레스토랑이나 메타버스, 아디다스 및 유명 가수 해리 스타일스와의 협업을 통해 구찌의 영역을 확대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브랜드에 몸담은 지 20년이 된 미켈레는 구찌와 작별을 고했다.
미켈레는 “우리는 각자 가진 다른 관점 때문에 결국 다른 길을 선택할 때가 있다”며 “내가 20년 넘게 사랑과 열정을 바쳤던 곳에서의 특별한 여정이 오늘로 끝난다”며 소감을 전했다.
케링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는 “구찌와 미켈레가 수년간 함께한 시간은 소중하며 이 브랜드의 역사에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찌 디자인 팀은 후임자가 발표될 때까지 컬렉션을 계속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켈레가 떠나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새로운 디자이너가 구찌의 매출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투자자문회사 샌포드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는 “구찌는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 구매를 빨리하는 편인 소비자들, 특히 중국인들이 먼저 흥미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서양 명품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구찌를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구찌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구찌가 다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챕터를 열 필요가 있다”며 “과거에도 하락세를 걷던 브랜드들을 성공적으로 되살린 것을 보면 케링 그룹은 판단력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미켈레가 실제로 그 같은 역할을 해왔다. 2002년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브랜드에 합류한 미켈레를 비자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을 때 그는 회사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매장,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면에서 그가 더 자유롭게 뜻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2017년부터 구찌에서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그가 선보인 젠더리스 접근법은 유럽, 미국 및 중국에서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아울러 그가 디렉터로 있는 동안 레이디 가가, 비욘세, 빌리 아일리시 등을 포함한 수많은 유명 연예인 팬들을 끌어모았다.
전 세계 명품 패션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현재 변신을 도모하는 중이다.
지난 9월, 리카르도 티시를 대신하여 보테가 베네타를 성공시킨 다니엘 리가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다. 이번 달에는 에스티로더가 톰 포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뿐만 아니라 미우치아 프라다와 함께 프라다에서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한 벨기에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27년 만에 중단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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