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 축구대표팀이 변했다.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을 대거 수혈해 ‘신형 함대’로 거듭났다.
스페인이 24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E조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를 7-0으로 완파하자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온라인판에 ‘10대 가비가 기막힌 발리슛으로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파블로 가비(18·바르셀로나)는 이날 후반 29분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오른발 아웃사이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가르는 등 1골 1도움으로 활약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18세 110일의 나이로 월드컵 데뷔 골을 넣은 가비는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가 1958년 스웨덴 대회 당시 17세 239일의 나이로 골을 넣은 이후 64년 만에 최연소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가비보다 더 어린 나이에 골을 넣은 선수는 펠레와 1930년 우루과이 대회 때 골을 넣은 마누엘 로사스(18세 93일)뿐이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한 경기 7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 주축이 젊은 선수들이라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타리카가 E조 최약체로 평가받지만 이날 스페인은 90분간 74%의 점유율로 17개의 슈팅과 7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코스타리카는 단 1개의 슈팅도 못 하고 수비에만 급급했다.
가비를 비롯해 스페인의 공격을 주도한 선수들이 20대 초반이다. 이날 2골을 터뜨린 페란 토레스(22·바르셀로나)도 20대 초반이다. 경기 시작 11분 만에 가비의 도움을 받아 선제골을 터뜨린 다니 올모(24·라이프치히)도 이제 갓 떠오른 스타다. 스페인 대표팀 26명 중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선수가 8명이다. 2002년생 안수 파티와 페드리(이상 바르셀로나), 니코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 등도 부름을 받았다. 한국 대표팀에서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만 2001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세대교체다. 스포츠 전문 통계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스페인은 이날 가비와 페드리를 선발로 세우면서, 유럽 팀 중에선 1962년 칠레 대회 때의 불가리아 이후 처음으로 10대 2명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했다.
사실 스페인은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9)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로2012 등 메이저대회 3연패를 했지만 이후 전력에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디펜딩 챔피언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수모를 맛봤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16강에서 탈락했다. ‘티키타카’로 상징되는 점유율 중시 전술 고집과 전문 스트라이커 부재로 한계를 드러냈고, 사비 에르난데스 바르셀로나 감독(42)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8·빗셀 고베) 등을 이을 후계자 발굴이 늦어진 탓이 컸다.
2019년 말 스페인 사령탑에 오른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52)은 신인들을 적극 발굴하면서도 세르히오 부스케츠(34), 조르디 알바(33·이상 바르셀로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33·첼시) 등 베테랑들도 선발해 ‘신구 조화’를 꾀했다. 스페인은 세대교체 작업을 하면서 유로2020 3위,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준우승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월드컵에선 12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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