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인한 미국과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도드라졌다.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달러 가치의 초강세를 뜻하는 ‘킹달러’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가 미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처음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가 가득했던 과거 회의의 강한 어조에서 달라진 톤이라 이전과 다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은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2일 FOMC 정례회의 내용이다. 의사록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대목이 나타나자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장중 105대까지 떨어졌다.
○ “내년 美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 커졌다”
“내년 어느 시점에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민간 부문의 부진한 성장, 글로벌 전망 악화, 계속적인 긴축으로 실물 경제활동의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 경제가 연준 자체 시나리오상 경기침체 “기준선(baseline)”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경기침체 확률을 50%로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경기침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가 9월에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달에는 “침체가 올지 안 올지, 얼마나 나쁠지 아무도 모른다”며 점점 비관적인 톤으로 바뀌었다.
FOMC 위원들이 글로벌 경제가 미 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처음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한 위원은 “달러화 강세와 함께 해외 경기 둔화가 미국 수출 부문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미 경제에 더 큰 파급 효과(spillover)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 당국이 엔화 환율 방어에 개입해도 (강달러로) 엔화 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위안화도 달러 대비 크게 평가절하됐다”며 “신흥시장과 유럽에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중심의 아시아 경제 위축 우려도 언급됐다.
○ 12월 빅스텝 이후 최종금리 5%대 전망
시장은 의사록에 FOMC 위원의 “상당수(substantial majority)”가 속도 완화를 주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12월 0.5%포인트(빅스텝) 인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a few)”만 “물가가 대폭 내려가거나 긴축정책이 명확하게 자리 잡은 후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연준이 내년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 것인가이다. 최종금리에 대해 상당수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는 가운데 “여러 명(various)”이 “기존 전망치보다 금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2%대가 2025년에나 가능하고 고물가가 오래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연준의 기존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4.6%임을 감안하면 내년 5%대 진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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