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괜찮아요.”
‘마스크 투혼’에 양말이 찢길 만큼 그라운드를 누빈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우루과이와의 경기를 마친 뒤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24일(한국시간) 손흥민은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0-0 무승부에 기여했다.
지난 2일 소속팀에서 경기를 치르다 안와 골절상을 당한 손흥민은 이날 검은색 안면 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선발로 출전했다.
그는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도 투혼을 불살랐다. 후반 11분 상대팀 수비수 마르틴 카세레스에게 오른발 발뒤꿈치를 밟혀 축구화가 벗겨지고 양말이 찢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후반 45분에는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슛을 하는 등 우루과이 골문을 계속 위협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마스크를 쓰고 뛰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괜찮다. 저만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저만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해도 나라를 위해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며 “목표와 선수들의 도움 덕분에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이 통증도 완화한 것 같다”고 했다.
부상으로 볼 경합 등에 불편함이 없었느냐는 물음엔 “맞으면 맞는 거다. 축구를 하다 보면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한다. 제가 오늘 경합을 많이 하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고 답했다. 발뒤꿈치는 괜찮으냐는 질문에도 “괜찮습니다”라며 안심시켰다.
이날 한국은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좋은 플레이를 펼쳤으나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상당히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두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고 공정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루과이가 승점 3점을 가져갔어도, 제 입장에선 우리가 3점을 가져갔어도 됐던 경기”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이 자리를 통해 선수들에게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나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경기 전 선수들에게 ‘너희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다. 너희 능력을 믿어도 된다. 가서 쫄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것을 후회 없이 다 보여준 것 같아 주장으로 참 뿌듯하다”며 웃었다.
손흥민은 후반 막판 상대 골문을 빗나간 왼발 중거리 슛에 대해선 “저도 아쉽다. 그런 찬스에서 넣어줘야 하는 게 제 역할인데 그걸 못 해서 많이 아쉽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벗어나서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분명 강한 팀들을 상대로 기회를 만든 건 긍정적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 더 냉정하게 마무리하는 게 앞으로 다가올 경기들에서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은 오는 28일 오후 10시 같은 경기장에서 가나를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출발이 좋다고 월드컵을 잘 마무리하는 건 아니더라”며 “감독님도 첫 경기가 월드컵의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선수들이 부담을 털고 경기하다 보니 조금 더 좋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 계속해서 월드컵을 잘 치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