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투혼’은 몰랐다”…AI 예측 뒤집은 월드컵 亞 돌풍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5일 11시 44분


90%, 67%, 70%. 인공지능(AI)이 예측한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대한민국 세 나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경기 ‘패배’ 확률이다. 이같은 압도적인 열세 예측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나라는 모두 소중한 승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AI는 일반적으로 과거 전적 데이터, 국가별 소속 선수들의 개인기록 등을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다보니 흔히 대중이 인식하는 ‘강팀’의 승리에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잦은 것. 하지만 이변을 낳은 아시아 3개국의 실제 경기는 이같이 AI가 분석하는 객관적 지표로는 표현되기 어려운 변수들이 작용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열린 우루과이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상대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였던 만큼 패배를 점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승점 1점을 챙기며 16강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AI, 우루과이전 韓 패배 확률 ‘50~70%’ 예측…사우디·일본도 패배로 관측해


한국의 패배를 예상한 것은 축구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예측한다는 AI도 한국의 패배를 전망했다.

ICT(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월드컵 경기 결과를 예측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LG유플러스의 AI 서비스 ‘익시(ixi)’와 넥슨의 ‘피파온라인4 AI 감독모드’다.

익시는 대한민국vs우루과이의 조별 예선리그 1차전 결과를 0대2 대한민국 패배로 예측한 바 있다. 우루과이 승리 확률이 70%, 대한민국 승리 확률이 11%, 무승부 확률이 19%다. 익시가 예측한 경기 스코어 결과 또한 탑3가 0대2, 0대1, 1대2로 모두 우루과이의 승리였다. 익시의 경우 월드컵 진출 국가들의 그간 국제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결과를 예측한다.

넥슨의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넥슨은 우루과이 승리 확률 53%, 대한민국 승리확률 17%, 무승부 확률 30%로 전망했다. 넥슨은 온라인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가 지원하는 AI 대전인 감독모드를 활용해 경기결과를 예측했다. 넥슨은 실제 축구선수와 구단, 국가대표팀의 전력을 데이터화해서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예측 감독모드 또한 이같이 쌓인 국가대표팀들의 전력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직접 국가대표팀 간 가상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넥슨의 대한민국vs우루과이전 결과 예측은 지난 1~9월에 걸쳐 총 1만683경기의 감독모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시뮬레이션 결과에 최근 A매치 기록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됐다.
우리나라 외에 이변을 낸 사우디와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 예상을 받은 바 있다. 익시는 아르헨티나vs사우디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승률 90%, 사우디 승률 3%, 무승부 7%로 예상했고, 독일vs일본 경기는 독일 승률 67%, 일본 승률 15%, 무승부 18%였다. 의외로 넥슨은 독일vs일본이 50% 확률로 무승부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결과는 두 경기 모두 1대2로 언더독이 승리했다.

◆정량데이터만 보는 AI, ‘공은 둥글다’ 명제 반영 못해…亞 3국 조직력·투지 몰랐다


AI는 정량적인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했으나, 결국 실제 사람이 뛰는 스포츠에서는 이같은 데이터 외의 변수들이 적용된다는 것을 미처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팀의 연대와 조직력, 선수들의 투지, 경기 도중 나타나는 행운 등은 데이터로 입력하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사우디의 경우 선발 선수 11명 중 9명이 같은 구단 소속으로, 시즌 내내 호흡을 맞춰왔던 이들이다. 이를 통해 사우디는 수비라인에서 AI 예측을 뛰어넘는 완벽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아르헨티나를 오프사이드 트랩에 가둬놓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은 사우디와 같은 팀 조직력은 물론, 감독의 용병술,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강하게 작용했다. 아울러 이들 양국의 골키퍼가 기존 데이터를 뛰어넘는 대활약을 펼쳐보인 것도 AI 예상을 빗나가게 했고, 이번 월드컵에 새로 도입돼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최첨단 기술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도 AI 분석에 미처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거둔 우루과이와의 무승부도 이같이 데이터로 표현할 수 없는 요소들이 겹친 결과다. 개막 직전 입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투혼’을 보여준 주장 손흥민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은 안와골절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를 뛰면서도 수차례 위협적인 슈팅과 패스를 보여줬고, 상대 수비수에 거친 플레이에 신발이 벗겨지고 양말이 찢어져도 다시 일어나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울러 우루과이의 가장 위협적이었던 공격 두 차례가 모두 골대를 때리는 행운도 따랐다.

한편 익시와 넥슨의 피파4는 우리나라의 남은 조별리그 2경기 결과에 대한 AI 예측도 이미 산출해놓은 상태다. 가나전의 경우 익시는 42%, 넥슨은 71% 확률로 모두 대한민국 승리를 예상한 반면, 포르투갈전은 익시 56%, 넥슨 50% 확률로 모두 포르투갈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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