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추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나머지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들은 경쟁적 금리인상의 압박에서 다소 벗어났고 신흥국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자본 유출 위험이 낮아졌다.
◇연준 속도 조절에 신흥국 ‘환호’
특히 그동안 높은 대출금리와 통화 약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린 신흥 경제가 연준의 속도조절 국면에서 최대 승자라고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S&P글로벌의 폴 워터스는 로이터에 “남미와 같은 지역의 신흥 시장에서 금리는 이미 최고점에 도달했다”며 “연준이 (금리인상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신흥국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올해 고점 대비 6% 떨어져 신흥 경제 전반에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UBS는 내년 신흥시장 주식의 상승률을 8~12%로 예상했고 달러 표시 현지 채권은 10~15%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전부터 신흥 경제국들은 선제적으로 통화 긴축을 시작했다. 오르는 달러에 신흥국의 현지 통화가 크게 떨어지며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수입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연준이 긴축속도 조절을 시사하기 이달 전까지 올들어 달러인덱스는 18% 뛰었다. 강달러에 일반적으로 달러로 거래되는 에너지와 식량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는 “올해 미국에서 금리 인상으로 중국을 제외한 개발 도상국들의 미래 소득 중에서 3600억달러가 줄어들 수 있고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신흥 경제국 자산은 이전 5차례의 연준 긴축 사이클보다 이번에 더 많이 나빠졌다고 UBS는 설명했다. 또 S&P글로벌에 따르면 많은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고 신흥시장의 외환보유고는 4000억달러가 넘게 증발해 1년 전에 비해 7% 줄었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다고 시사했지만 일부 경제는 환율위기의 위협에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노무라증권은 지적했다. 노무라는 자체 개발 경고시스템 상에서 “이집트, 루마니아, 터키, 체코, 파키스탄, 헝가리 등 7개국에서 특히 경고신호가 깜빡이고 있다”고 밝혔다. BNP파리바는 헝가리, 콜롬비아, 이집트, 말레이시아가 가장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ECB & BOJ ‘숨통’
다른 선진국들도 금리경쟁의 압박을 다소 덜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앞서 금리를 2연속으로 75bp(1bp=0.01%p) 올렸는데 연준의 속도 조절 덕분에 인상폭을 낮출 여력이 생겨 성장 우려도 다소 가라앉힐 수 있다.
또 미 달러 대비 유로는 올가을 저점 이후 7% 올라 수입비용 부담이 줄면서 에너지를 통한 소비자물가 압박도 즉각적으로 내려오는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로존 취약국들에 대한 성장과 국채 우려가 많이 경감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금리)은 급락했고 안전자산에 속하는 독일 국채(분트)와의 금리격차(스프레드)는 5월 이후 가장 좁아져 부채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 심리가 부양됐다.
일본 엔화도 30년 넘게 만에 최약세 압박에서 벗어나며 일본 중앙은행(BOJ)은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여력이 생겼다. BOJ 위워늘 지낸 시라이 사유리는 로이터에 “연준 긴축의 속도가 느려지며 BOJ에 가해진 압박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노무라리서치의 키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역사적 엔저의 마지막 단계 혹은 장(chapter)에 진입하고 있다”며 “엔저의 끝이 시작됐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25일 우리시간 오후 1시시 12분 기준 138엔선으로 움직이는 중인데 지난달 중순에만 해도 154엔에 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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