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국민당에 21곳중 13곳 내줘
패배한 차이잉원, 당 대표직 사임
확진자 급증에 정부 책임론 커져
유권자들 양안긴장 고조에 불안감
‘대(對)중국 강경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대만 집권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이 26일 지방선거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제1 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에 참패했다. 차이 총통이 주력해 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안보 이슈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민생 문제가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이 총통은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이날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단체장 선거를 실시한 21개 지역에서 제1야당 국민당은 13곳에서 승리했다. 민진당은 5곳, 제2 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은 1곳, 무소속은 2곳에서 각각 당선됐다. 인구 125만 명 이상의 직할시 총 6곳 가운데 국민당은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4곳에서 이겼다. 민진당 후보는 타이난과 가오중에서만 당선됐다.
○ “집권 민진당 창당 이래 지방선거 최악 참패”
대만 롄허(聯合)보는 “민진당이 1986년 9월 창당 이래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참패를 했다”고 평가했다.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민진당 집권 뒤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미국과 중국도 선거 결과를 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번 선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지 한 달 만에 치러졌다. 이제 초점은 2024년 대만 총통 선거”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는 차이 총통의 집권 2기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격이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 후보들은 선거 유세 내내 “중국에 맞서 대만을 방어하자”고 외쳤다. 대만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이 2027년 이전에 대만 침공을 결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자 친미(親美), 애국심, 반중 여론에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국내 문제를 중요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 대만은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지만 올해 확진자가 급증하며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커졌다. 야당도 이 점을 집중 공략했다.
일각에서는 차이 총통의 대중 강경 노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도 감지됐다. 국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60대 유권자는 블룸버그에 “양안의 긴장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 유력 일간지 밍보는 27일 “민진당의 참패는 부실한 코로나19 방역, 8월 중국의 미사일이 대만 영공을 가로지른 사실 은폐 등에 대해 다수의 중년 유권자가 분노했고 심지어 전통적으로 민진당 지지층인 젊은층도 등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 차이잉원, 민진당 대표직 사퇴
차이 총통은 이날 오후 9시 패배가 유력해지자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만인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주석직 사임을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2024년 치러질 차기 총통 선거의 ‘전초전’이란 평가도 나온다. 대만 총통 임기는 4년 중임제다. 차이 총통을 내세운 민진당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참패한 이후 2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는 민진당 간판인 차이 총통 대신 다른 인물이 선거에 나서야 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밍보는 “차이 총통이 이번 선거 패배로 2년간 레임덕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만 선거 결과를 반겼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27일 “이번 결과는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대만 내 주요 민의가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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