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모로코 축구대표팀이 FIFA랭킹 2위의 벨기에를 침몰시켰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독일에 이어 벨기에마저 상대적 약체로 평가되는 팀에게 패하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모로코는 27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F조 벨기에와의 2차전에서 압델하미드 사비리(26)의 후반 28분 선제골과 후반 추가시간 자카리아 아부크랄(22)의 쐐기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F조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꼽히던 벨기에는 이날 모로코를 꺾고 조기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모로코에 덜미를 잡히며 2018년 러시아 대회 준우승팀인 크로아티아와 최종전에서 16강전 티켓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벨기에는 2018년 대회 당시 3위를 했다.
이날 팽팽한 승부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인 것은 후반 23분이다. 90분 간 경기에서 점유율 56%를 가져가며 우위를 보이던 벨기에는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사비리가 5분 만에 왼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에서 골망을 흔들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사비리의 골을 얻어맞은 벨기에는 3장의 교체카드를 쓰며 반전을 노렸지만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든 것은 모로코였다. 쐐기골 역시 후반 28분 교체 투입 된 아부크랄이었다. 아부크랄이 투입 된 직후 프리킥으로 선제골이 터졌는데, 아부크랄이 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모로코는 이날 승리로 1승 1무(승점 4)로 조 2위에 자리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결과만 거두면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조별리그 통과인 것이다. 왈리드 레그라기 모로코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런 정신이라면 우리 팀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캐나다와 경기를 위해 빨리 회복해야 한다. 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월드컵 개막 전부터 아프리카 국가의 이변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번 월드컵의 평균 오후 기온이 보통 27~30도의 온도지만 습도로 인해 30~35도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 유럽 쪽에서는 적응하기 힘든 기온이라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유럽의 강호들이 이 같은 기후를 적응하기 힘들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또 저녁에 기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회를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 그늘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점도 유럽 국가에 불리할 것이라 지적했다. 경기장 내에 설치된 에어컨 역시 경기장 온도를 21도로 낮출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일교차가 유럽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지적했는데, 이날 모로코의 경기에서 이 같은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BBC는 “아프리카 국가는 극심한 더위가 있는 이번 대회의 조건에 익숙한데, 이러한 경험이 카타르에서 그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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