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8일 열린 한국과 가나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경기가 한국의 2-3 패배로 끝나자 이런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된 이강인(21)이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더라면 경기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강인이 풀타임을 뛰었을 때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 가정에 근거한 보도이지만 그만큼 이강인의 활약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얘기다.
가나전 후반 12분 권창훈(28)과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는 1분이면 충분했다. 이강인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인 후반 13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보냈다. 자로 잰 듯 정확했고 빨랐다. 이를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해 1-2로 따라붙는 골을 만들었다.
이강인은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상대 선수들을 압박해 볼을 빼앗았고 전매특허인 송곳 패스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강인은 이날 3번의 슈팅과 2차례의 ‘키패스’(슛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95.7%나 됐다. 이강인은 후반 추가시간까지 포함해 43분을 뛰는 동안 슈팅과 크로스 등으로 공격 가담 횟수 9회를 기록했다. 100분을 뛰면서 10차례 공격에 가담한 황인범(26)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았다.
ESPN은 이날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선수들이 공격을 시작할 때는 가장 먼저 이강인을 찾았다”며 “이강인이 골문 쪽으로 보낸 패스는 가나 수비수들에게 공포였다. 이 때문에 손흥민에게 더 많은 공간이 생겼다”고 했다. 가나전에서 이강인의 좀 더 이른 투입을 축구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도 이강인이 보여준 이 같은 경기력 때문이다. 가나와 경기가 끝난 뒤 세르지우 코스타 대표팀 수석코치는 “창의성을 발휘했고 팀의 공격 속도를 높였다”며 “팀에 뭔가를 더해 줬다”고 이강인의 경기력을 평가했다.
“강인이는 공을 잡기만 하면 기대가 되는 선수다. 요구하는 쪽으로 공이 날아와서 좋다.” 가나전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자신의 월드컵 무대 데뷔 골을 터뜨린 조규성(24)은 이강인을 두고 “동료들 모두가 다 인정하는 선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나상호(26)는 “공격과 공간 침투 패스가 뛰어난 강인이를 믿고 우리가 골문 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득점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강인은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도 후반 29분 나상호와 교체돼 경기를 뛰었다. 한국은 12월 3일 0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남겨 놓고 있다. 이강인은 포르투갈전 선발 출전과 관련해 “감독님이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그 결정을 100% 신뢰한다”며 “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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