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수천명이 사망했다는 추문이 일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등 건설에 대해 조직위원회 수장이 400~5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40명보다는 많지만 인권단체나 외신들이 추정하는 수천명의 사망자에 비해서는 규모가 여전히 작다.
29일 AFP통신에 따르면, 하산 알타와디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 사무총장은 이날 한 영국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을 위해 일하다가 숨진 노동자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400명에서 500명 정도 된다”고 답했다.
조직위는 알타와디 사무총장의 답변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모든 (카타르 월드컵) 업무 관련 사망자를 집계한 국가 통계 수치이며 모든 부문과 국적을 포함한다”면서 8년 동안 414명이 숨졌다고 보충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월드컵 공사 관련 사망자 수가 40명에 불과하다는 그동안의 카타르 정부 발표를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이다.
그동안 카타르 정부 측 대변인은 “8개의 경기장, 17개의 비경기 장소 등에서 3명이 업무 관련으로 숨지고, 37명이 비업무 관련으로 사망했다”며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카타르 전역의 모든 국적 노동자의 통계를 참조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카타르는 2010년 월드컵 개최지로 확정되자마자 약 290조원을 투자해 축구장 7곳과 공항 1곳, 호텔과 리조트 등을 건설했다. 여기엔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 250만명이 투입됐다.
카타르 인구는 290만명인데, 그중 시민권자는 40만여명이고 나머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이주 노동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0년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카타르에 온 이주노동자 가운데 675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중 인도 출신이 27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네팔 1641명, 방글라데시 1018명, 파키스탄 824명, 스리랑카 557명 순이다.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를 위한 인프라 건설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자주 비판받았으나, 주최 측은 이런 주장을 거듭 부인해 왔다.
스티브 콕번 국제앰네스티 경제사회정의국장은 “지난 10년간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어떤 말도 남기지 못하고 시신으로 돌아갔다”며 “카타르의 극심한 더위와 가혹한 작업환경이 사망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완전한 조사 없이는 진정한 인명 손실 규모를 결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국제사회의 질타를 의식해 노동 조건에 변화를 줬다. 고용주의 허락 없이는 이직과 출국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카팔라’ 제도도 철폐했고, 1000리알(약 35만원)의 최저 임금을 도입하고, 더위가 극심한 시간에는 실외에 나가지 않도록 하는 제한도 도입했다.
AFP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월드컵 관람을 위해 카타르를 방문한 장관들은 노동 조건의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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