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중계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석의 모습을 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TV 중계 화면을 통해 월드컵 경기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을 본 중국인들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발하자 통제에 나선 것이다.
영국 BBC는 “중국의 인기 스포츠 채널인 관영 중국중앙(CC)TV 채널5가 한국-가나전 중계 방송에 노마스크로 응원하는 관중 모습을 일부러 담지 않았다”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매체는 “이는 교묘하고 매우 의도적”이라며 “봉쇄가 일상인 중국에서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 세계 축구 팬들의 모습이 중국인의 분노를 일으킨 후 나온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가나전에서 후반 23분 모하메드 쿠두스가 결승골을 터뜨릴 당시 세계 각국의 중계 화면에는 노마스크로 환호하는 가나 관중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중국 CCTV5는 골 장면 이후 관중의 모습은 담지 않았다. 그 대신 파울루 벤투 감독과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의 반응을 내보냈다. 경기 막바지 침울한 한국 응원단의 모습도 없앴다.
중국인들은 월드컵을 기점으로 당국의 코로나 정책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한쪽에서는 월드컵 축제가 열리고 있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공공장소를 5일간 방문하지 말란다”고 올렸다. 메시지 앱 위챗에는 “(중국인들은) 카타르와 같은 행성에 있는 게 맞느냐”며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글이 빠르게 퍼졌다.
BBC는 “BBC 중계 시간과 CCTV5 중계 시간 사이에 대략 52초 지연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요 스포츠 대회는 개별 방송사가 현지에서 송출받은 영상에 편집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중들에 보여지기 전 편집하고 일부 장면만 선택하는 등 약간의 지연을 두는 경우도 있다.
한편 최근 중국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는 지난 27일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난징, 우한, 후베이, 광저우 등에서 열렸다. 이들은 현장에서 국가를 부르고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흰색 종이를 손에 드는 ‘백지 시위’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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