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Qatar2022]
첼시서 뛰는 세계적 수비수 쿨리발리
2015년 부모의 조국 유니폼 선택… 4년전 러시아선 아깝게 16강 좌절
이번엔 에콰도르전 결승골로 환호… 20년 전 ‘8강 기적’ 재현까지 노려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프랑스 생디에데보주에 살던 11세 소년들이 모여 ‘동네 월드컵’을 열었다. 인구 2만 명이 되지 않는 이 도시에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가족이 마을을 이뤘고, 아이들은 ‘부모님의 나라’ 대표 선수로 길거리 축구 대회를 진행했다. 칼리두 쿨리발리(31·첼시)도 ‘세네갈 대표’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 팬들에게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26)에 앞서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센터백으로 뛴 걸로 유명한 선수다.
세네갈은 한일 월드컵이 첫 본선 무대였던 팀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당시 42위로 32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러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디펜딩 챔피언’이자 랭킹 1위인 프랑스를 1-0으로 꺾으면서 결국 대회 8강까지 올랐다. 쿨리발리는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세네갈 축구 팬 소년이 됐다.
그러니 망설일 것도 없었다. 쿨리발리는 2015년 알리우 시세 세네갈 감독(46)에게 “네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감독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쿨리발리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미 20세 이하 프랑스 대표를 지냈던 쿨리발리에게 “프랑스 대표로 뛰면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만류가 쏟아졌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쿨리발리는 “세네갈 대표팀 합류 소식을 처음 전했을 때 감격하시던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이주노동자로 넘어온 쿨리발리의 아버지는 섬유공장 직원, 벌목꾼 등으로 일했다. 세네갈에 두고 온 아내를 데려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년간 주말 없이 일하기도 했다. ‘내 아이들은 꿈을 꾸며 살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쿨리발리가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건 2018년 러시아 대회였다. 세네갈은 조별리그 경기에서 일본과 나란히 1승 1무 1패에 4득점 4실점을 기록했지만 반칙 숫자로 따지는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밀려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우의 수’가 발목을 잡았다. 세네갈이 최종 3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1로 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일본은 조 최하위 폴란드에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 공을 돌리기만 했다.
세네갈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또 한 번 경우의 수와 마주했다. 세네갈이 16강에 올라가는 경우는 딱 한 가지. 에콰도르를 꺾는 것이었다. 세네갈은 30일 알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후반 중반까지 1-1로 맞서면서 또 한 번 경우의 수에 무릎을 꿇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25분 프리킥 상황에서 쿨리발리가 자신에게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차 넣으면서 세네갈이 경우의 수를 이겨냈다. 결국 2-1로 승리한 세네갈은 승점 6(2승 1패)으로 네덜란드(승점 7)에 이어 A조 2위에 오르면서 20년 만에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이 경기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뽑힌 쿨리발리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2002년 월드컵 때 프랑스전 결승골을 포함해 세 골을 넣은 부바 디오프(1978∼2020)였다. 그는 “2년 전 오늘 세네갈의 위대한 선수 디오프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린 시절 나에게 꿈을 심어줬다”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세네갈의 아이들’에게 2002년의 기적을 한 번 더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FIFA 랭킹 18위인 세네갈은 5일 오전 4시 잉글랜드(5위)와 16강전을 치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