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反정부 시위]
공산당 정법위 “결연히 타격” 강조… ‘색깔혁명’ 프레임 씌워 탄압 예고
광저우 시위대-진압 경찰 충돌… 도심선 장갑차 이동 장면도 포착
중국 당국이 “적대세력의 침투·파괴 활동과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위법·범죄 행위를 결연히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반(反)정부 시위를 ‘적대세력의 침투’라고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찰은 체포된 시위대에게 “색깔혁명(정권교체 운동) 세력에 이용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지 행동’으로 상징되는 이번 시위에 ‘외국 배후세력 개입’ 프레임을 씌워 강경 진압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19년 홍콩의 반중 시위 때도 중국 당국은 시위를 ‘외부의 적대적 세력이 개입한 색깔혁명’으로 규정해 유혈 진압했다.
지난달 29일 트위터에는 중국 장쑤성 쉬저우 도심에서 장갑차들이 도로에서 이동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쉬저우 동남쪽인 상하이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 외세 개입설 퍼뜨려 vs “우린 중국인”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를 언급하며 “이를 결연히 타격해 사회 전반의 안정을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이 말하는 ‘적대세력’은 외국의 반중 세력과 중국공산당 반대 세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법위는 중국의 공안(경찰)과 검찰, 법원 등을 총괄하는 권력기구다. CNN은 상하이 경찰에 체포됐던 시위대를 인용해 “경찰이 이들에게 ‘색깔혁명이 시작되기를 원하는 악의적 세력에 의해 시위대가 이용됐다’고 말했다”고 30일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이번 시위를 겨냥해 ‘외세 개입설’이 확산하고 있다. 관변 논객 후시진 전 환추시보 편집장은 “최근 일부 민감한 사건에 외세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위대 함성에 홍콩과 대만식 발음이 섞여 있다” “미국식 자유 구호 등이 많은 것은 색깔혁명 세력이 만연하다는 증거”라는 글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중국인”이라며 외부 세력 개입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밤∼28일 새벽 베이징 시위에서도 한 남성이 “시위대 중에 외부 반중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자 참가자들이 “우리 모두 중국인이다. 모두 애국자”라며 거세게 항의하는 동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참가자들은 “(당국 통제로) 해외 인터넷 사용도 못 하는데 외부 세력이 어떻게 우리와 소통하느냐, (외부 세력이) 달에서 오느냐”며 “우리는 단지 자유를 원한다”고 했다. “외세 개입이 있다면 독일인 마르크스 엥겔스”라고 비꼬는 장면도 포착됐다.
중국 당국이 각 지역 시위 원천 봉쇄에 나섰음에도 지난달 29일 광저우 하이주구에서 주민들이 흰색 방호복을 입은 시위 진압 경찰과 충돌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단단한 물체를 던지는 시위대를 항해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자 시위대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모습이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에 담겼다.
○ 中, 스마트폰·SNS 추적 시위대 색출
중국 당국은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추적을 통해 시위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며 체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텔레그램으로 시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이징 시위에 참여했던 한 대학생은 경찰이 휴대전화 추적으로 자신의 동선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학교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저장성에 사는 19세 학생은 소셜미디어 채팅방에서 ‘백지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WSJ는 “중국 경찰은 영장 없이도 개인 휴대전화나 SNS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또 이번 시위를 VPN 이용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VPN 이용자들을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 중이라고 쯔유시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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