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프랑스인은 삼시세끼 바게트를 챙겨 먹는다. 아침으로는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른 바게트를 먹고, 점심과 저녁 식사에는 바구니에 담긴 바게트를 한두 조각씩 곁들여 먹거나 햄과 치즈를 끼워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하나에 1유로(약 1300원) 남짓인 바게트는 프랑스에서 매년 60억 개 이상 팔린다. 하루에 수천만 개꼴로 반죽되고, 구워지고, 팔려나가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러한 바게트를 “우리 일상에 깃든 250g의 완벽한 마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바게트의 표준 중량은 250g이다.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이날 바게트에 대한 장인들의 노하우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1883호로 등재했다. ‘프랑스의 완벽한 마법’이 인류 문화 전체를 통틀어도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바게트는 프랑스에서 약간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바게트 장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1970년 이후 매년 수백 개의 ‘장인 빵집’이 문을 닫았으며 바게트를 취급하는 교외의 작은 빵집들 역시 슈퍼마켓과 대형매장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렴했던 가격 또한 꾸준히 상승했다. 심지어 2017년 이후로는 햄버거 판매량이 바게트로 만드는 대표적인 프랑스식 샌드위치인 ‘잠봉 뵈르’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프랑스 제과업체협회의 도미니크 아랑크 회장은 “이번 등재는 바게트가 처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전해진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바게트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정부 역시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바게트를 위해 제빵사들을 위한 새로운 장학금과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프랑스 제빵사들은 이러한 바게트의 ‘신분 상승’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리 샹젤리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파스칼 주세피는 “유네스코가 인정을 해준다고 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인근의 또 다른 빵집 주인 장뤼크 아우생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등재를 바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한 구실로 삼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인의 주식’ 바게트의 정량은 250g이며, 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의 4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야 한다. 간혹 밀가루 성분에 따라 맥아가 첨가되기도 하지만, 이 외에 버터 등의 다른 재료를 첨가한 바게트는 ‘전통 바게트’라는 이름을 붙인 채 판매할 수 없다. 또한, 주식으로 구분되기에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것이 표준이다. 나폴레옹이 군수물자로써 취급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개발했다는 설이 있지만, 공식적인 기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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