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30년 만의 철도 파업을 막기 위한 이른바 ‘노사 합의 강제 법안’을 지난달 30일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백악관에 초청해 협조를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미국 철도 노조가 9일 파업을 예고하며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은 일단 모면했지만 이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을지 안심하기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하원은 올 9월 백악관이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철도 노사에 강제로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290표, 반대 137표로 통과시켰다. 합의안은 앞으로 5년간 철도 노동자 임금 24% 인상, 매년 상여금 1000달러(약 130만 원) 지급 등이 핵심이다. 앞서 미국 12개 철도 노조 중 4개 노조는 이 합의안 수용을 거부했다. 하원은 또 철도 노동자에게 ‘유급 병가 7일’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수정안도 찬성 221표, 반대 207표로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압도적인 초당적 표결은 파업이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는 점에 여야가 동의했다는 것”이라며 상원의 빠른 처리를 요청했다. 또 “(상원에서) 조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이르면 주말부터 식수 정화용 화학약품, 자동차, 식료품 운송이 중단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수는 상원이다. 철도 회사들은 유급 병가 신설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공화당에서도 ‘파업은 막아야 하지만 노조의 추가 요구까지 들어줄 순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급 병가 수정안이 쟁점이 될 경우 합의안 처리까지 지연돼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화당 일부 의원이 수정안 처리를 지연시키려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했을 때 이를 강제 종결시키려면 상원 전체 의석 100석 중 60석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50석)만으로는 부족하고 공화당이 도와야 한다.
백악관도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의 유급 병가를 지지하지만 이번 합의안 통과를 지연시킬 수 있는 어떠한 수정안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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