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트라볼타와 춤 춘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실 저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0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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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다른 사람과 추고 싶었어요”
존 트라볼타와 신나게 춤춘 다이애나비의 한마디
미국 파티의 정수 백악관 만찬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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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국빈 만찬장. 최근 이곳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만찬이 열렸다. 백악관 홈페이지
“The hottest ticket in town.”
(가장 인기 있는 티켓)

‘가장 뜨거운 티켓.’ 미국인들은 참석하고 싶은 선망의 행사를 이렇게 부릅니다. 누구나 표를 구해서 갈 수 있다면 ‘뜨거운 티켓’이 아닙니다. 참석할만한 자격을 갖춰야 하고 든든한 ‘빽’도 있어야 합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가장 뜨거운 티켓’으로 ‘White House State Dinner’(백악관 국빈 만찬)를 꼽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청와대를 구경하고 싶어 하듯이 미국인들도 백악관 만찬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참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빈 만찬은 외교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에게 대통령이 베푸는 최고의 파티입니다. 국빈 만찬에는 10코스 이상의 성대한 테이블이 차려지고 여성 참석자들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볼 수 있습니다. 정치 외교 경제계 참석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할리우드 셀럽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국빈 만찬을 베푼 대통령은 ‘도덕 지도자’라고 불렸던 지미 카터 대통령으로 4년 임기 동안 40회 열었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번씩 백악관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린 셈입니다. 미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외국 정상은 차고 넘치지만 대통령은 이들을 위해 국빈 만찬을 열지 말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야 합니다. 한번 차리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듣기 십상입니다.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150~200명이 참석하는 국빈 만찬은 우리 돈으로 5억원 정도 듭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슨 복이 있는지 한번 참석하기도 어려운 국빈 만찬에 2회 연속 주인공이 됐습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위해 첫 국빈 만찬을 열었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도 만찬 첫 타자였습니다. 국빈 만찬을 통해 미국 역사와 파티 문화를 알아봤습니다.

1979년 증국의 실권자 덩샤오핑 공산당 부주석 부부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지미 카터 대통령 부부와 만찬정에 입장하는 모습. 지미 카터 센터 홈페이지
“Here, on this occasion, we share with our American friends present the feeling that a new era has begun in Sino-U.S. relations.”
(이 자리를 빌려 우리 미국 친구들과 함께 중미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펼쳐졌다는 감정을 공유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후 미중관계는 금세 좋아질 듯 보였지만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7년이 더 걸렸습니다. 1979년 양국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대사관을 설치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중국의 실권자인 덩샤오핑 공산당 부주석이 지미 카터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문했습니다.

백악관에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 오성홍기가 내걸렸습니다. 19발의 예포가 발사된 가운데 덩샤오핑을 위한 의전 행사가 열렸습니다. 밖에서는 중국 인권운동 단체들의 시위로 시끄러웠지만 백악관 안에서는 코카콜라 등 중국과 독점 계약을 맺고 진출 준비를 하는 미국 대기업들이 분주히 행사 준비를 했습니다. 만찬 메뉴는 중국식이 가미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덩샤오핑의 요청에 따라 미국식으로 차려졌습니다.

덩샤오핑의 방문은 미국과 소련 간의 군사협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과 경제적으로 미국에게 개방 의지를 보여준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만찬 연설에서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friend”(친구)라고 부르며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적대관계였던 지난 30년의 세월을 “abnormal state of affairs”(비정상적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덩샤오핑은 7일 동안 조지아, 텍사스를 방문해 자본주의 현장을 견학했습니다. 중국에 돌아간 그는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다시 한번 설파했습니다. 1960년대 흑묘백묘론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는 설득력이 없었지만 미국을 돌아본 후 덩샤오핑의 주장에는 힘이 실려 있었습니다.

1985년 영국 찰스 왕세자 부부를 위한 만찬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오른쪽)가 배우 존 트라볼타(왼쪽)와 춤추는 모습.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 was so nervous my stomach was all butterflies.”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1985년 영국 찰스 왕세자-다이애나 왕세지비 부부가 결혼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다이애나비는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국빈 초청은 아니었지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찰스-다이애나 부부에게 국빈 못지않은 환대를 베풀었습니다.

낸시 레이건 여사는 만찬 참석자인 배우 존 트라볼타에게 사전에 부탁을 했습니다. “당신이 다이애나비와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이 내 소망이다”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트라볼타가 댄스를 청하자 다이애나비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응했습니다. 만찬장 밖 넓은 복도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트라볼타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 나오는 댄스곡들에 맞춰 15분간 춤을 췄습니다. 매력적인 다이애나비와 할리우드 배우의 댄스는 백악관 만찬 역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 됐습니다. 춤을 출 때 다이애나비가 입었던 검은 색 이브닝드레스까지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이애나비는 트라볼타와의 커플 댄스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했지만 사실 “죽을 만큼 긴장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미국인들은 긴장했을 때 “butterflies in the stomach”(배 속의 나비들)이라고 합니다. 너무 긴장되면 속이 간질간질하든 의미입니다.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낙하산 부대 군인들이 착륙하기 전의 긴장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썼던 용어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정작 다이애나비가 춤추고 싶었던 상대는 트라볼타가 아닌 영화 ‘백야’에 나오는 러시아 출신의 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였습니다. 바리시니코프도 당시 만찬에 참석했었습니다. 다이애나비 전기에 따르면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열렬한 팬이었던 바리시니코프가 춤을 청해주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1939년 미국을 방문한 조지 6세 영국 국왕(왼쪽)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오른쪽).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1939년 미국을 방문한 조지 6세 영국 국왕(왼쪽)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오른쪽).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Push it into your mouth and keep pushing it until it is all gone.”
(입에 밀어 넣고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밀어 넣어라)

1939년 조지 6세 영국 국왕 부부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영국 왕실의 첫 미국 방문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코앞에 두고 미국의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말더듬 증을 가진 조지 6세를 보자마자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습니다. 백악관에서 국빈 만찬을 베푼 다음날 이례적으로 다시 한번 식사 대접을 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욕 하이드 공원으로 국왕 부부를 안내했습니다. 백악관 만찬에서 풀코스를 제공했던 것과 달리 두 번째 식사 메뉴는 단출했습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핫도그 외교를 펼쳤습니다.

미국식 핫도그는 길쭉한 빵 가운데 소시지를 넣고 위쪽에 각종 토핑과 소스를 올립니다. 국왕 부부는 난생 처음 핫도그를 접했습니다. 먹으려니 난감했습니다. 토핑과 소스가 떨어져 깔끔하게 먹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핫도그를 먹는 방법을 묻는 국왕 부부에게 루즈벨트 대통령은 “계속 입속에 밀어 넣어라”는 평범한 진리를 전해줬습니다. 결국 국왕 부부는 포크와 나이프로 핫도그를 썰어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명언의 품격
1959년 미국 방문 때 할리우드를 찾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왼쪽)이 영화 촬영장에서 여배우 셜리 매클레인(오른쪽)과 춤을 추는 모습. 스미소니언 매거진
1959년 미국 방문 때 할리우드를 찾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왼쪽)이 영화 촬영장에서 여배우 셜리 매클레인(오른쪽)과 춤을 추는 모습. 스미소니언 매거진
이오세프 스탈린 사망 후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권좌에 오른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취임 직후부터 계속 미국 측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1959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소련 지도자의 첫 미국 방문이었습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공산주의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흐루초프 서기장은 어록이 생길 정도로 뛰어난 언변을 선보이며 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The wart is there, and I can‘t do anything about it.”
(거기 있는 사마귀는 나도 어쩔 수 없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베푼 국빈 만찬에서 나온 명언입니다.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자본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설교가 쏟아지자 흐루쇼프 서기장은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얼굴에 있는 사마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마귀를 빌어 체제 정당성을 주장한 것입니다. ‘한번 생겨난 공산주의는 어쩔 수 없으니 당신들이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명언 퍼레이드는 할리우드 방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소련 지도자를 구경하려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마릴린 먼로까지 그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습니다. 흐루쇼프 서기장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모인 오찬에서 1시간동안 연설 원맨쇼를 벌였습니다. 경호 문제 때문에 디즈니랜드 구경이 무산된 것을 두고 미소간 군비경쟁에 빗대 이렇게 말했습니다. “Why not? What is it? Do you have rocket-launching pads there?”(왜 안 된다는 거야? 뭐가 문제야? 디즈니랜드에 로켓 발사대라도 숨겨놓은거야?)
실전 보케 360
배우 윌 스미스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신작 홍보를 하는 모습. ‘데일리 쇼 위드 트레버 노아’ 캡처
배우 윌 스미스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신작 홍보를 하는 모습. ‘데일리 쇼 위드 트레버 노아’ 캡처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올해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배우 윌 스미스가 8개월여 만에 다시 방송에 등장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10년 참석 금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스미스는 신작 홍보를 위해 잇따라 언론 인터뷰를 했습니다. 언론의 관심은 신작의 내용보다 뺨을 때린 이유에 모아졌습니다.

“I just lost it.”(화가 폭발했다)

스미스의 대답입니다. ‘lose’는 ‘잃다’라는 뜻입니다. ‘it’은 ‘그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정신상태’ ‘마음의 평정’을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화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시켰을 때 “I lost it”이라고 합니다. 화를 낸 것에 대한 후회, 사과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스미스는 “그동안 맺힌 것이 많아서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동안 화가 많이 쌓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lost’가 들어가는 비슷한 표현으로 “you’ve lost me”가 있습니다. 이것도 미국인들이 많이 씁니다. 직역으로 하면 ‘너는 나를 잃어버렸다’가 됩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나는 너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말이 너무 길거나 복잡해서 이해하지 힘들 때 “you‘ve lost me”라고 합니다. “Sorry, you’ve lost me. Can you explain that again?” “미안, 이해가 잘 안 돼. 다시 한번 말해줄래”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8월 16일 게재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인들은 만찬이건 파티건 즐길 기회가 있으면 체면을 차리지 않고 열심히 즐깁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흥겨운 생일파티 현장을 소개합니다.

2009년 ‘가버너스 볼’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춤추는 모습. ‘가버너스 볼’은 매년 백악관에서 열리는 전국 주지사들을 위한 파티다. 백악관 홈페이지
2009년 ‘가버너스 볼’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춤추는 모습. ‘가버너스 볼’은 매년 백악관에서 열리는 전국 주지사들을 위한 파티다. 백악관 홈페이지
▶2021년 8월 16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815/108564127/1

최근 미국인들의 눈이 매사추세츠 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 쏠렸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60번째 생일파티가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초대된 셀럽들의 면모에서부터 파티의 럭셔리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화제였습니다.

“Some invitees were treated to a cold dose of reality.”
(일부 초대객들은 차가운 현실을 접하게 됐다)

온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의 성대한 잔치였지만 사실 이것도 행사 규모를 크게 줄인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5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려다가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자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당초 초대객 명단에 들었다가 행사 축소로 빠지게 된 이들의 신세가 처량하게 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는 불운을 겪은 초대객들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차가운 현실을 접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dose of reality’(현실의 복용량)는 ‘냉정한 현실’이라는 의미입니다.

“A celebrity mosh pit is maybe not the wisest choice.”
(아마 셀럽들의 파티 한마당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겠지)

그렇게 빠지게 된 초대객 중 한 명이 유명 심야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입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셀럽 머시핏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참석 인원을 줄인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머시핏’은 록 콘서트장 무대 앞쪽에서 관객들이 뒤엉켜 춤추는 공간입니다. ‘mosh’는 ‘mash’(혼합하다)에서 유래했고, ‘pit’은 ‘웅덩이’라는 뜻입니다. 셀럽들이 한바탕 노는 머시핏이 대중의 눈에 좋게 비칠 리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I look forward to catching up with you soon and properly welcoming you into the over 60 club.”
(조만간 만나서 근사하게 60세 이상 클럽 가입을 축하해줄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나 못 가요”를 선언했습니다. 대신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조만간 만나서 축하해주겠다”고 합니다. ‘catch up with’는 원래 ‘따라잡다’는 뜻이지만 ‘만나다’ ‘연락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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