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고강도 도발에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에 대한 반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북핵 억제 기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5일(현지시간)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포럼에서 “중국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순진(naive)했다”고 말했다.
햄리 소장은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할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핵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비협조가) 계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확장억지를 재확인하는 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중국에 ‘(확장억지가) 중국 때문은 아니지만 중국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 억제를 위한 미중 협력이 어려워진 만큼 한반도 주변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전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집중 제기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뒤 중국이 북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분명히 밝혔다”며 “핵심은 중국이 영향력을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햄리 소장은 “미국에선 최근 2~4년 동안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고 한국에는 미국의 억지력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재확인하는 것은 진정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확장억제 신뢰를 높이려면) 단순히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잠수함으로 (확장억제를) 약속하는 것 이상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조만간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북핵 문제를)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포럼에선 한미일 협력 확대를 위한 방안도 집중 논의됐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전략국장은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일 대응에 대해 “(정책과 대응 조율이) 표준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3국이 북한 외의 안보 영역에서 갈수록 보조를 맞추는 명확한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제 지역 전략 이행을 조율하고 지역·기능별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타 고지 주미일본대사는 “(한일은) 양국의 차이에 집착하는 대신 한발 물러서 글로벌 문맥에서 현안에 넓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한일)는 종종 한국과 일본을 합했을 대의 강력함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 세계 무역의 30%를 차지한다”면서 북핵 대응 등 안보문제와 공급망 유연성 강화, 원칙을 공유하는 국제사회 구성 등 3가지를 한일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우리의 기여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과 우리(한국)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양국이 전체적이고 호혜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더 나은 관계를 위한 합의를 보장하고 상호 신뢰 회복으로 양자 문제를 완전하고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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