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의회를 무장 공격하고 총리를 처형한 뒤 군주 국가를 세운다는 ‘쿠데타’ 음모를 꾸몄던 극우 집단 조직원 25명이 6일 체포됐다. 전직 연방의원과 군 지휘관, 귀족 가문의 후손까지 전대미문의 음모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독일은 경악했다. 이들은 자체 화폐까지 발행하고 군대 창설까지 계획했다고 영국 공영 BBC가 전했다.
○ ‘총리 처형’ 쿠데타 음모에 독일 경악
미국 블룸버그통신, BBC 등에 따르면 6일 독일 전역 11개 주(州) 150여 곳에서 경찰 3000여 명이 투입된 반(反)테러 체포 작전이 전격 실시됐다. 경찰은 일명 ‘제국시민(Reichsb¨urger·라이히스뷔르거)’이라고 불리는 극우 집단 가담자 25명을 체포했다. 독일 연방경찰청은 용의자가 현재 54명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체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제국시민’은 제1차 세계대전 패망 전까지 존재했던 과거 전범(戰犯) 정부를 재건하려는 일명 ‘제2독일 건국’ 운동을 해왔다. 독일 연방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정부를 전복시키고 의회를 무장공격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혐의를 받고 있다.
‘제국시민’은 과거에 납세 거부 등의 주장을 펴긴 했지만 공격성이 큰 사건을 벌이진 않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짜 뉴스, 음모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 편승해 급성장하며 쿠데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 부슈만 독일 법무장관은 “이들이 정부기관에 대한 무장공격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연방의회를 공격해 의원들을 감금하고 올라프 숄츠 총리를 처형한 뒤 ‘황제’를 옹립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가짜 국가를 해체하려면 살인, 폭력을 동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내용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황제로 세우려던 인물은 이번에 체포된 인물 중 한 명인 자칭 ‘하인리히 13세 왕자’(71)다. 그는 독일 튀링겐 지방의 일부를 1918년까지 통치했던 귀족 로이스 가문의 후손이다. 이 가문 관계자들은 “그가 음모론에 빠져 혼란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전 연방 하원의원이자 전직 판사인 비르기트 말자크빙케만도 체포됐다. 의회 사정에 정통한 그는 쿠데타 계획 수립을 주도했다.
○ 군대 창설 준비하며 자체 화폐도 발행
조직 2인자로 알려진 전직 특수부대 사령관 뤼디거 폰 페슈카토레는 군대 창설을 계획하며 전현직 군인, 경찰을 모집하고 무기를 조달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전직 특수부대 장교, 경찰 특공대원도 있었다. 이들은 위성전화도 구비해뒀다. 토마스 할덴방 독일 연방 헌법수호청장은 “쿠데타 계획이 상당히 현실적이었다”고 했다.
체포된 이들 중 22명은 독일 국적, 나머지 3명은 러시아 국적이다. ‘러시아 연루설’이 불거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독일 내부 문제다. 러시아의 간섭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BBC에 따르면 독일에는 2만1000명 정도의 ‘제국시민’ 추종자들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체 화폐를 발행하고 자체 신분증까지 만들었으며, 올 초에는 ‘자기들만의 국가’를 세울 목적으로 작센 지역에 땅을 사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살인, 폭력으로 정부 전복을 꿈꾼 미치광이 집단(the loonies)”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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