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상무부 수출통제 담당 당국자가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싼 한국의 우려와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핵심 반도체 등을 둘러싼 보조금 경쟁의 경우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케빈 울프 전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 담당 차관보는 최근 코트라와 워싱턴특파원단 공동 인터뷰에서 자국의 IRA 및 반도체 등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가까운 동맹의 우려에 관해 매우 민감하리라고 예측한다”라고 말했다.
IRA는 북미산 최종 조립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항을 포함, 한국은 물론 유럽 등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아울러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7일 중국의 첨단 반도체 확보 등을 제한하기 위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울프 전 차관보는 “IRA와 수출통제 조치는 정부의 별개 파트에서 완전히 다른 정책 목표로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이들 둘 모두로부터 영향을 받는 동맹국이 미국을 상대로 한 대응에서 이들 둘을 결합해 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정책의 동기는 다르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의 우려를 존중하고 두 우려 모두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난 11월 테아 켄들러 상무부 수출관리 담당차관보 방한 당시 한·미 간 수출통제 워킹그룹 회의 등을 두고 “(동맹의 우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점을 보여주는 유형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실제로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등 동맹에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고, 법안은 면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이어 “재무부는 아직 그들 규칙이나 지침을 공개하지 않았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도 조정 필요성과 관련해 일반적인 발언을 내놨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IRA와 관련해 “조정과 변화가 필요한 결함이 있을 수 있다”라고 발언, 처음으로 IRA 결함을 인정한 바 있다.
울프 전 차관보는 “규정과 관련해 일부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라며 “2023년 한 해 동안 법안을 수정하려는 노력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3년에 백악관과 의회, 재무부가 어떤 일을 할지에는 나도 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통제 기조 배경을 두고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등 역량을 갖춘) 전반적인 생태계 자체가 미국과 그 동맹에 잠재적으로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컴퓨팅, 반도체 생산 장비 및 반도체 품목이 중국의 군사·무기 현대화 및 생산, 나아가 인권 유린 목적으로의 활용 등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수출통제 체제하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외 지역으로의 공급망 다양화와 관련해서는 “그들 경제적 결정은 한국 기업의 몫”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동맹 사이에서 이 문제에 관해 추가로 논의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이와 함께 “(수출통제) 규칙은 광범위한 (중국과의) 디커플링 의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성숙 노드 반도체나 저사양 전자제품 등 관련 투자·무역 등의 경우 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국가안보에 필요한 일과 동맹의 집단 안보는 특정한 판매 손실과 경제적 피해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 이익이 경제적 피해를 넘어선다”라는 설명이다. 자국 수출통제 조치는 결국 정책적 계산의 결과라고 그는 부연했다.
울프 전 차관보는 이런 맥락에서 향후 미국 동맹국이 유사한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는지도 지켜볼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다른 동맹이 유사한 수출통제 조치를 부과하도록 하는 미국의 노력도 중대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7일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별도 허가 심사 없이 장비를 공급받아 중국 내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1년간 포괄적 허가(유예)를 통보한 바 있다.
울프 전 차관보는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정책 변화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모른다”라면서도 “1년의 포괄적 허가 조치의 포인트는 미국 정부가 장기적 정책을 결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기간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과 향후 정책 결정에 관해 협력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와 삼성, 중국에 관한 한국 정부의 관심을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추후 한국 기업에 더 긴 시간을 줄 수도 있다며 “정부는 파운더리에 관한 결정에는 수 년이 걸린다는 점을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여기에는 이 기간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개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울프 전 차관보는 향후 기업의 결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이 문제를 비교적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로 인한 반도체 기업의 보조금 경쟁 심화와 관련해서는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리라고 보지만, 이는 꼭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핵심 부품 등 요소와 관련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과 유럽, 미국, 일본의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맞선 중국의 광물 등 유사 수출통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에 관한 발언도 나왔다. 울프 전 차관보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므로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전기차와 무기, 반도체 등에 필요한 다양한 광물과 관련해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는 게 미국 정부의 중대한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 백악관 정책 결정권자들은 잠재적인 (중국의) 대응을 매우 잘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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