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로 불리는 영국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판화 50점을 판매한다.
11일(현지시간)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 작품 프린트본 50점을 판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을 보면 붉은 글씨로 ‘FRAGILE(깨지기 쉬운)’이라고 새겨진 골판지 박스 아래쪽에 흰 쥐가 그려져 있다. 쥐가 미끄러지면서 발톱으로 ‘FR’을 긁어 ‘AGILE(민첩한)’만 남은 모습이다.
뱅크시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쟁의 유산 재단’ 측은 “뱅크시가 피자 커터를 날카롭게 갈아 생쥐가 긁은 것으로 표현되는 표면을 거칠게 마무리하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은 뱅크시가 직접 서명하고 번호를 매긴 50점 한정판으로 판매된다. 작품 1점당 가격은 5000파운드(약 800만 원)로, 한 사람이 1개만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하려면 16일까지 재단 홈페이지에 이름과 메일 등의 정보를 남기면 된다. 구매자가 많을 경우 컴퓨터 추첨을 통해 50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판매 대금은 우크라이나 단전 지역에 발전기와 가스히터를 제공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킬 구급차를 구입하는 데 주로 쓰일 예정이다.
뱅크시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재단 구호팀이 전쟁 난민들에게 의약품과 난방기, 식수를 제공하며 위로하는 것을 봤다”며 “나는 앰뷸런스에서 작업했는데, 최소한 내가 몸을 녹일 수 있었던 앰뷸런스라도 몇 대 더 살 돈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뱅크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찾아 곳곳에 벽화를 남긴 바 있다.
질레스 듀이 재단 이사장은 “기금이 마련 되는대로 새 앰뷸런스를 구입할 예정”이라며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돈바스에서는 지금도 장애인이나 노인, 사상자들을 계속 실어 날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가 끊겨 끔찍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주민들에게 발전기와 가스 난방기, 태양열 조명을 보내고 수도 키이우의 여성과 성소수자(LGBTQ) 대피소도 계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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