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체계 준비 없이 ‘제로 코로나’를 완화한 중국이 병원마다 환자가 몰려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환자인 경우도 있지만 다른 병으로 인한 경미한 증세에도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인구 95%가 국가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데다가 그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너무 강조해온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제로 코로나 정책이 풀리면서 가정과 직장을 통해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미한 경우 되도록 집에서 관리해 달라는 정부와 보건전문가의 말과는 달리 많은 시민들이 3년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을 들어왔기에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14억 인구의 95%가 국가 의료보험의 보장을 받아 사소한 병에도 병원 치료를 받았던 관례도 한몫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대응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완화라 병원도 채 준비되지 않은 채 환자들을 맞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 병원의 직원은 지난 2주간 (정부) 지시사항이 수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준비할 시간도 없이 급속도로 통제가 완화됐다고 놀라워했다. 갑자기 해제된 제로 코로나에 의사와 간호사는 증상이 경미할 경우 코로나에 걸렸어도 계속 근무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많은 의사들이 휴일에도 근무했다.
병원 근무자들이 매일 하던 코로나 검사는 매주 2일로 완화됐다. 이 때문에 의료진 감염도 늘어나 일부 병원들은 20%나 인력이 부족해져서 투석이나 항암치료 등을 지연이나 중단시키고 있다.
그런데 방역 완화 후 확진자가 폭증했던 다른 나라나 병원의 북새통과는 달리 공식 집계 확진자는 줄고 있다. 중국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관리위원회는 11일 기준 일일 확진자가 8838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달 초 4만명을 넘었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명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정부 공식 발표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대규모 전수조사는 이제 이뤄지지 않고 정부는 코로나 사망자도 이제 보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언론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지난 9일 자신의 웨이보(중국의 트위터)를 통해 위생 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 수 관련해 “아무도 이 숫자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자신의 관찰과 인터넷 상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들과 공식 확진자 수가 모순된다면서 “베이징에서만 일일 2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부정확한 통계를 발표하는 것 보다 아예 발표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그의 게시물은 나중에 삭제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수검사가 폐지된 후 가정에는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배포되고 경미한 증상자는 집에서 자가격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이 조치 후 주민들의 감염이 급증하고 있는데 시의 공식 환자 수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는 지난 9일 1000만명 인구중 확진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주민 한 명은 “많은 동료들과 친척이 감염됐다”면서 “적어도 각 가정당 한 명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상으로는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배달 서비스도 중단됐다.
지역마다 통일성이나 일관성 없는 방역 정책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중앙 정부의 방역완화 조치가 지방 정부로 하달됐지만 서로 상충되는 접근 방식이 채택되기도 했고, 의사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일관성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혼란에서 벗어나려면 중국 당국이 보다 투명한 의사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제로 코로나에서 개방으로 선회한 앞선 국가들을 참고삼아 대중에게 명확한 로드맵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씽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글로벌 보건 담당 후앙 얀종 선임 연구원은 “싱가포르와 호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대중과의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일관성 있는 로드맵이 성공적인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