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칩 생산에 강한 규제를 가하면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를 찾는 것이 급해졌다. 그런데 한국과 대만같은 기존의 생산 강국이 아니라 베트남이나 인도같은 동남아 국가들이 낮은 정치적 리스크 덕분에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 및 경영컨설팅 회사인 KPMG는 최근 동남아로 칩 생산 공장을 옮기는 것 관련해 문의가 팬데믹 이전에 비해 30~40% 늘었다고 밝혔다. KPMG는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단일 지역 보다는 공급망을 (여러 곳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10월부터 첨단 반도체나 관련 제조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면허 취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에 판매할 특정 고급 칩을 미국산 장비로 제조하려면 미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게 됐다.
이런 조치들은 6000억 달러 규모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에서 칩을 생산하려면 인건비 상승, 코로나19 규제로 인한 공급망 혼란,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을 감당해야 했는데 그보다 더 어려운 여건이 됐다.
CNBC는 이 때문에 생산 기지를 옮겨야 하는 국가들에게 한국이나 대만이 아닌 동남아시아 국가가 자연스러운 선택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십년의 수명을 가진 공장을 대규모로 짓는데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는 피하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세라 크렙스 미 코넬대 테크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과 대만은 (자신들의 정치색을) 위장할 수 없지만 베트남, 인도,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 제3의 길인 중립적 입장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베트남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연구 및 교육 센터 건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손짓하고 있고, 삼성이 이미 투자하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인도의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서브시스템, 아날로그 칩 디자인 분야의 설계 인재 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안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KPMG는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중국이 반도체 제조 경쟁력, 특히 저가 칩 분야는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우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약 16%를 차지, 세계 3위의 반도체 칩 생산국이다. 이는 미국과 대만을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다른 나라들이 저가 칩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베트남과 인도가 제조능력에 강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두 나라가 미국의 대중국 통제의 수혜를 입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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