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에 매단 사진까지 공개
처형 뒤에야 어머니에게 알려
EU, 이란인 24명 등 추가 제재
앰네스티 “10여명 사형 준비중”
이란 당국이 ‘히잡 의문사’ 반(反)정부 시위 참가자를 도심 한복판 건설 크레인에 매달아 공개 처형했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첫 사형 집행 이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형 집행에 나섰다. 특히 이번엔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충격적인 공개 처형 방식을 택하자 국제사회가 일제히 이란의 반인도적인 행태를 거세게 비판하며 대(對)이란 제재 수위를 높였다.
○ 이란 정부, 크레인 매단 시신 사진 공개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12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은 마지드레자 라나바르드(23)를 처형했다. 8일 모센 셰카리(23) 사형 집행 이후 나흘 만이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라나바르드는 지난달 17일 동부 도시 마슈하드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됐다. 이란 사법부는 그가 보안군 2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했다며 ‘모하라베’(신에 대항해 전쟁을 벌인 혐의)를 저질렀다고 처형 이유를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첫 번째 사형 집행 때와는 달리 라나바르드는 그가 체포된 마슈하드 도심에서 공개적으로 처형됐다. 미잔통신은 “사형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진행됐다”며 교수형 당한 그의 시신 사진을 그대로 공개했다. 이 사진에 따르면 라나바르드는 머리에 검은 천이 씌워져 있었고 손과 발이 묶인 채 건설용 크레인에 매달려 있었다.
○ “처형 뒤에야 어머니에게 알렸다”
이란 당국은 형 집행 전날까지 그의 가족들에게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는 등 비인도적인 행태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1500타스비르’에 따르면 라나바르드의 어머니는 처형 직후인 이날 오전에야 당국으로부터 “당신의 아들을 처형했으며, 시신을 이미 묻었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어머니를 비롯한 유족들은 전날 밤 아들과 접견 당시까지도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날까지 사형 집행 사실을 몰랐던 모자(母子)는 접견 당시 서로를 마주 보며 찍은 사진을 남겼다.
조사 과정에서 고문 등을 통해 거짓 자백을 강요하고 제대로 된 변호조차 받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1500타스비르는 “라나바르드가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며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공개 재판을 요구할 수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와 함께 체포 이후 피범벅이 된 붕대를 팔에 두르고 있는 라나바르드의 사진을 공개했다. AP통신은 라나바르드가 유죄 판결을 받은 마슈하드 혁명 법원이 피고인의 변호사 직접 선임을 금지하고 불리한 증거를 열람할 수 없게 하는 악명 높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 “국제사회 비판에도 추가 사형 준비”
국제사회는 일제히 이란을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죄 판결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은 이란 사법체계의 비인간성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인 24명과 관련 기관 5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이 중 20명 및 국영 IRIB 방송사는 반정부 시위 강제 진압 및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특히 IRIB는 협박과 고문으로 끌어낸 반정부 인사들의 ‘강제 고백’을 방송하는 등의 책임이 있다고 EU는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란 당국이 추가 사형 집행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란 당국이 마한 사드라트(22) 등 시위 관련자 10여 명에 대한 사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중도·개혁 성향 신문인 에테마드는 10일 사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시위대 24명에 대한 사형이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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