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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페루 대통령 탄핵·구금 사태 파장…“안 풀어주면 혁명 일어난다”
뉴스1
업데이트
2022-12-14 10:46
2022년 12월 14일 10시 46분
입력
2022-12-14 10:46
2022년 12월 14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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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7일 페루 의회가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고 부통령을 취임시킨 데 따른 국민 반발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조짐이다.
페루의 기득권층인 보수우파가 장악한 ‘여소야대’ 의회는 ‘도덕적 결함’ 혐의를 제기해 민주적 선거로 지난해 당선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을 세 차례나 시도해 왔다.
페루는 2016년 취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이 수뢰 혐의로 2018년 물러난 데 이어 6년째 대통령이 6번 바뀌는 정국 대혼란을 겪고 있다.
페루 의회는 쿠친스키의 직을 승계한 마르틴 알베르토 비스카라 대통령(전 부통령)을 2년 뒤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을 앉혔다가 시민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에 다음 국회의장이 된 프란시스코 사가스티가 임시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해 이듬해 대선을 약속하며 사태를 진정시켰는데, 그렇게 취임한 카스티요 정부를 의회가 탄핵하자 시민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의회는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을 탄핵안 가결 몇 시간 만에 취임시켰지만, 볼루아르테 정부가 카스티요의 남은 임기 2026년까지 순항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결국은 ‘입맛’에 맞는 기득권층 지도자가 나올 때까지 정국 혼란을 지속시킬 것이란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이에 카스티요 지지자들은 그의 복권을, 다수 시민들은 차라리 민주 선거를 열자고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구치소 앞 캠프 차린 지지자들…“곁 지키겠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된 7일 정치적 망명을 위해 멕시코 대사관으로 이동하던 도중 체포돼 구금됐다. 최소 7일간의 구금 명령에 항고했지만 기각됐고, 구금일은 이제 7일을 넘어가고 있다.
AFP 통신은 13일(현지시간) 카스티요 대통령이 구금된 리마 동부 교외 구치소 앞에 캠프를 차린 약 100명의 지지자들을 조명했다.
전경들이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입구 철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아나 카리나 라모스란 이름의 한 지지자는 눈물을 흘리며 “대통령님이 궁전으로 돌아올 때까지 곁을 지키겠다”고 매체에 말했다. 라모스는 이곳에 나흘째 머물고 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작년 7월 취임 이후부터 세 차례나 의회의 탄핵 시도를 겪어왔다. 이달 7일에는 탄핵안 투표 실시 직전 의회 해산을 명령했지만, 의회는 무시하고 투표를 강행했다.
의회가 제기한 ‘도덕적 결함’은 페루 헌법상 있는 내용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지나치게 자의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조항이다.
페루 검찰은 체포된 카스티요 대통령을 내란 음모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구치소 앞에 차려진 텐트에는 “대통령을 풀어주지 않으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AFP는 전했다.
라모스는 카스티요 대통령이 “농부, 교사이자 정직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투옥됐다”며 “우리는 존엄성과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다음 세대를 위해 조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볼루아르테 신임 정부와 의회는 조기 총선 카드로 시민들을 달래보려 하지만, 지지자들의 항의는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카스티요 대통령 변호인들이 이날 전한 그의 두 번째 ‘옥중서신’에서 그는 경찰과 군을 향해 “민주적 시위 진압과 국민 학살에 쓰이는 무기를 내려놓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로 10대 2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숨졌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자신의 부통령이었지만 현재 대통령으로 취임한 볼루아르테를 향해서도 “당신과 한편에 선 모든 이들이 우리 국민에게 자행한 잔인한 공격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멕시코 대통령 “카스티요 민주적 정당성 존중해야”
중남미 좌파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카스티요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중남미 ‘2차 좌파물결(핑크타이드)’ 시작점인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13일) 정례브리핑에서 “(카스티요를 뽑은) 유권자들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 그는 민주적으로 이겼고 제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평소 다른 나라의 내정에 ‘불간섭’ 원칙을 추구하지만, 이번 만큼은 “페루 헌법에 반민주적 결함이 있다”는 질타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 문제가 법적으로 해소될 때까지 카스티요를 페루 대통령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페루 의회와 새 정부를 겨냥, “(페루와의) 관계는 보류돼 있으며, 앞으로의 일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적 해결책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중남미 여러 좌파 정부는 앞서 카스티요 대통령이 ‘반민주적 괴롭힘의 희생자’라는 내용의 지지 성명을 공동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은 외교적 긴장 완화를 위해 총선일을 좀 더 앞당기는 방안을 의회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의회가 해산돼 총선과 대선을 다시 치를 때까지 시민 불만은 쉽사리 진정되기 어려워 보이지만, 의회가 이를 거부하고 끝까지 버틸 경우 혼란은 장기화 할 수 있다.
원주민계 혈통에 시골 교사 출신인 카스티요 대통령은 교원노조 지도자로 이름을 알린 정치신예로 부패와 기득권 타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재분배 등을 기치로 돌풍을 일으켜 지난해 당선했다.
그러나 ‘17개월 천하’로 끝난 임기는 자신 및 가족에 대한 6차례 검찰 조사, 연료·비료 가격 폭등으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여소야대 의회에서의 권력 투쟁 등으로 얼룩졌다.
일각에서는 카스티요 대통령이 국가경제 ‘최대 돈줄’ 광물·석유·수력·가스·통신 등 주요 산업 국유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 주도 경제 개혁을 추진하려다 기득권의 역풍을 맞은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페루를 비롯한 남미 대부분의 자원 부국에선 백인계 기득권층이 유럽 등 서방 기업들과 결탁해 부를 독점하는 문제가 사회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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