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4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에서 결승 진출권을 두고 맞붙는 프랑스와 모로코의 대결 구도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는 1912년부터 1956년까지 모로코를 지배한 식민 종주국이다. 현재 스페인과 모로코의 갈등 요인인 북아프리카 세우타와 멜리야가 스페인령이 된 것도 본격 식민지 직전이던 1900년대 초반 프랑스와 스페인의 ‘땅따먹기’ 때문이다.
다만 식민 시절 프랑스와 모로코의 관계는 ‘보호국’ 개념으로, 모로코는 상당한 자치권을 누리고 독립도 평화적으로 협상되는 등 식민지 역사로 인한 지나친 원한은 없는 편이다.
두 나라의 대외적인 관계는 오히려 꽤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모로코인들이 1960~1970년대 프랑스 공장 노동자로 이민을 갔고, 모로코인 150만 명이 이중국적자라는 보고도 있다. 현재 모로코 국가대표팀에서도 왈리드 레그라기 감독과 두 명의 선수가 프랑스, 모로코 이중국적자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프랑스계 모로코인들은 국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한 이번 경기를 앞두고 어느 나라를 응원해야 할지 당황하기도 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프랑스계 모로코인인 아나스 다이프(27, 언론인)는 NYT에 이번 경기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더 흥미로운 건 모로코가 16강전과 8강전에서 각각 상대한 팀이 모두 과거 식민 지배국이었던 스페인(1912~1956)과 포르투갈(1415~1515)이었다는 점이다. 모로코가 이번에 프랑스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하면 과거 식민 종주국을 모조리 물리치는 셈이다.
유럽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받은 아프리카 대륙과 아랍 세계에서 옛 식민 종주국과 축구 대결을 벌일 때에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의 신경전이 벌어지곤 한다. 2001년 알제리 축구 팬들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프랑스를 야유하고 모욕했던 일이 있는데, 이는 모로코와 달리 피비린내 나는 혹독한 식민 통치를 겪은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지난 12일 모로코에서는 한 프랑스 여성 관광객(82)이 현지 남성의 공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남성은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 사건은 식민 지배 역사와는 무관, 오히려 아랍권·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르며 한창 가열된 모로코 사회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모로코가 조별리그에서 벨기에를 2-0으로 꺾은 직후 브뤼셀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는 기쁨에 도취된 일부 모로코 팬들이 거리에서 다소 폭력적인 방식으로 축하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있었다.
또 이달 6일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한 승리에 감격해 거리로 나온 모로코 팬들이 현지 극우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프랑스와 모로코 양쪽에 민족 정체성을 느끼는 다이프는 NYT에 “이번 경기는 나라의 다문화주의를 축하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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