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사진 찍어달라던 꼬마팬…메시의 파트너로 함께 결승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6시 15분


10년 전 12세였던 훌리오 알바레스(22)는 리오넬 메시(35)를 좋아하는 아르헨티나의 많은 소년들 중 하나였다. 어느 날 우연히 메시와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생겼다. 3년 뒤 메시의 생일인 6월 24일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그 사진을 올리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나의 영웅, 고맙습니다”란 글을 적었다. 그의 꿈은 메시와 함께 월드컵에서 뛰는 것이었다.

10년 뒤 그 소년은 메시와 함께 카타르 월드컵에서 파트너로 뛰며 메시의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다. 알바레스는 14일 크로아티아와 준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었고, 아르헨티나는 3-0으로 이겼다. 이번 대회 자신의 3, 4호 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3위에 올랐다. 득점 1위는 5골을 기록 중인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다.

이날 메시의 전반 34분 페널티킥 기회는 알바레스가 선사한 것이다. 골문 앞으로 쇄도해 슈팅을 시도한 뒤 크로아티아 골키퍼와 충돌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메시가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9분에는 중앙선 부근부터 공을 몰고 가 수비수 2명을 뚫고 추가골을 만들었다. 후반 24분에는 메시의 패스를 받아 알바레스가 쐐기골을 넣었다. 메시는 알바레스의 득점 뒤 그가 대견하다는 듯 그의 목을 팔로 감싸며 기뻐했다.

알바레스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부터 주전으로 뛴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1차전과 멕시코와 2차전은 벤치에 앉아 있다 후반 교체 투입됐다. 주전 공격수인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5)가 계속 부진하자 폴란드와 3차전부터 선발로 나섰다. 메시와 호흡을 맞추며 폴란드전과 호주와의 16강전에서 연속으로 골을 넣었다. 통계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날 22세 316일인 알바레스는 1958년 스웨덴 대회의 펠레(14세 249일) 이후 월드컵 준결승 또는 결승에서 두 골을 넣은 최연소 선수가 됐다.

2018년 리버 플레이트(아르헨티나)에서 프로 데뷔한 알바레스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리그 득점왕(18골)에 올랐다. 올해 1월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로 이적했다. 지난해 6월 3일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가졌고 이날까지 A매치(국가대항전) 18경기에서 7골을 기록 중이다.

메시와 키(170cm)가 같은 알바레스는 양발을 모두 사용하며 페널티 박스 안에서 득점력이 뛰어나다. 중앙은 물론 좌우 공격수로도 뛸 수 있다. 경기장을 폭넓게 뛰어다녀 ‘거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메시의 대표팀 은퇴 뒤 마땅한 공격수가 없어 고민하던 아르헨티나에게 알바레스의 등장은 더 없이 반갑다.

알바레스는 이날 경기 뒤 메시와 함께 웃는 사진과 ‘사랑한다’를 뜻하는 이모티콘을 올렸다. 그의 꿈이 이루어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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