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를 급격하게 완화하면서 주요 도시마다 노인 사망자가 폭증해 안치실이 부족해질 정도로 의료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은 거리와 사무실, 상점이 텅 빈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돌아서자마자 확진자 증가에 따른 혼란에 경제침체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이중 위기’를 맞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화장시설 부족. 집에 시신 보관하기도”
대만 중앙통신은 14일 베이징에서 시신을 보관할 안치실이나 화장장이 부족해지자 유족들이 시신을 집에 보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와 중국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베이징의 대형 화장시설인 바바오산 장례식장 진입로에 밤낮으로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는 영상이 퍼졌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가 전했다. RFA에 따르면 장례식장 관계자는 “모든 시설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화장을 하려면 5~6일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베이징 칭화대에서는 지난주 교내 전자게시판에 퇴직 교직원의 부고가 닷새 동안 10여 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 부족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통신은 베이징의 한 대형 병원이 의사들에게 “검사결과가 양성이더라도 견딜 수 있다면 출근하는 것을 고려해봐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의사는 “주변 의사들의 절반 정도가 코로나19에 걸렸다”라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베이징의 고급 상업지구인 싼리툰의 거리와 쇼핑센터가 모두 텅 비었다고 전했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장을 지내고 중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제임스 짐머만은 트위터에 “우리 사무실 직원의 약 90%가 코로나에 감염됐다”라고 썼다.
중국 정부는 14일부터 무증상 감염자 수치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는 시민들의 절반정도가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된 적 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소셜미디어 위챗에서 베이징에 거주 중인 이용자 8023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한 비공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1%(14일 기준)가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고 답했다고 15일 전했다.
●11월 소매판매, 상하이 봉쇄 이후 최악
내수 경기 지표에도 위험신호가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소매 판매가 작년 동월 대비 5.9%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소매점에서의 소비동향을 보여준다.
상하이가 전면 봉쇄됐던 5월엔 -6.7%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6월부터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10월 -0.5%로 떨어진 데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것이다. 제조업 동향을 반영하는 산업생산 증가율도 지난달 2.2%로 10월(5.0%)보다 떨어졌다. 국가통계국은 이날 “경제회복 기초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방역 정책과 경기 둔화에 지친 중국의 일부 갑부들이 싱가포르행을 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싱가포르 통화청(MAS)에 700개 이상의 가족법인이 설립됐다며 3년 새 약 14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가족법인은 초고액 순자산가들이 자산 승계나 투자관리를 위해 세우는 법인이다. 컨설팅사인 헨리앤파트너스는 6월 싱가포르로 이민 간 중국의 고액 자산가가 올해 28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2019년보다 87%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싱가포르의 과세 정책 등이 자산승계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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